성병 바이러스로 癌 잡는다

성병 바이러스로 癌 잡는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5-10-30 23:08
수정 2015-10-3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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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DA, 흑색종 치료 바이러스 ‘티벡’ 사용 승인

입술 주변 물집부터 성병까지 다양한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상용화됐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이 피부암의 일종인 진행성 흑색종을 치료할 수 있는 ‘티벡’(T-VEC)이라는 유전자 조작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대해 사용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암젠에서 개발한 티벡은 지난 23일 유럽식약청(EPA) 자문위원회에서도 효능을 인정받았다. 이번 FDA의 승인으로 ‘암을 잡는 바이러스’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바이러스들은 체내에 침투하면 암세포 같은 종양세포부터 감염시킨다. 종양세포들은 항바이러스 기능이 거의 없어 바이러스에 의해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은 19세기부터 알려져 왔는데, 치료를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50~60년대부터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독성을 제어하지 못해 암세포뿐만 아니라 환자까지 죽는 경우가 많아 치료에 응용하지 못했다.

이번에 개발한 티벡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바이러스의 독성은 약화시키고 항암기능은 높였다. 사람에게 주사된 티벡은 암세포에 침투해 증식하면서 1차적으로 종양을 파괴한 다음 인체 면역계를 자극해 면역계가 스스로 종양을 2차로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임무가 끝난 티벡은 체내 면역계에 잡아먹혀 사라진다.

미국 최고의 연구 중심 병원인 메이오클리닉의 스티븐 러셀 박사는 “흑색종은 다른 부위로 전이되기 쉬운 암으로, 치료가 굉장히 어려운데 바이러스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다양한 암 제거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종양에 따라 가장 적절한 것을 골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5-10-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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