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업확장 손해보자 사업·로비자금 마련하려 범행”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달아난 A철거업체 회장 이모(44)씨는 철거용역업계 대부로 알려진 인물이다.그는 철거 사업을 하며 종자 돈을 마련한 뒤 시행사와 시공사를 설립, 도시개발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온갖 불법을 자행하며 거액을 챙겼다.
1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철거용역업체의 시초는 1986년 설립된 입산개발이다. 이곳에서 활동하던 용역들이 나와 1990년 ‘적준’을 세웠다. 이씨는 적준 모 회장의 측근이었다.
적준에 대해서는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4개 단체가 모인 ‘적준 사법처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998년 만든 ‘적준 철거범죄 보고서’에 상세히 나와있다. 무려 155페이지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적준이 서울 등의 철거현장 31곳에서 저지른 폭력 사례는 드러난 것만 83건이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졌고 490여 명이 부상했다. 모두 철거민이다.
적준은 또 주거침입, 성폭행, 성추행, 재산손괴, 방화 등을 90여차례 저질렀다고 보고서는 전한다.
검찰은 적준이 당시 우리나라 철거현장의 80%를 장악한 상태에서 이러한 일들을 벌여 악명을 떨친 것과 동시에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고 밝혔다.
달아난 이씨는 1998년 적준이 A철거업체로 이름을 바꾸며 대표로 취임했다.
악명 높은 철거용역업체의 맥을 이은 것이다.
이씨는 이후 폐기물업체를 추가로 만들어 철거현장 한 곳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잔재 등을 맡아 처리했다.
2000년대부터는 시행사와 시공사를 설립해 도시개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이 과정에서 부도 위기에 놓인 청구건설을 1천억여원에 인수한 뒤 청구건설의 자금을 빼돌려 회생절차 종료결정을 받아 재기할 수 있었던 이 회사를 다시 파산 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또 군인공제회로부터 도시개발사업 명목으로 2천억여원의 PF대출을 받고 나서 일부를 빼돌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도시개발사업은 진척되지 않았고 군인공제회는 대출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가 2006년부터 최근까지 폐기물업체를 포함한 계열사들과 서로 허위 세금계산명세서를 발행해주거나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총 1천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등 달아난 A철거업체 간부들은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하다가 손해를 보자 필요한 사업자금, 로비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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