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출신 임원으로 영입해 軍공사 ‘뇌물공세’

장교 출신 임원으로 영입해 軍공사 ‘뇌물공세’

입력 2015-01-14 07:16
수정 2015-01-1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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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그룹 임원·브로커 등 15명 기소…현역 4명 軍에 통보

군이 발주하는 각종 시설공사를 둘러싸고 전현직 군인들 사이에 거액의 뒷돈이 오간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영관급 예비역 장교들이 건설업체에 영입돼 로비스트로 뛰거나 브로커 노릇까지 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서영민 부장검사)는 공사 수주를 청탁하며 평가심의위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로 민모(62) 대보그룹 부사장과 장모(51) 대보건설 이사, 임모(59) 대보실업 전무 등 대보 계열사 임원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또 신모(62)씨 등 금품로비에 관여한 전현직 임원과 브로커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평가심의위원 8명 가운데 허모(56·구속)씨 등 4명을 재판에 넘기고 현직 군인 4명은 군 검찰에 통보해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에 따르면 민 부사장 등은 2011년 ‘육군 이천 관사 및 간부숙소 공사’와 이듬해 ‘주한미군기지 이전 관련 BCTC(Battle Command Training) 공사’, 작년 ‘파주·양주 병영시설 공사’ 등 군 발주 사업에 평가심의위원으로 참여한 허씨 등 12명을 상대로 2억500만원 상당의 금품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로비는 육군 장교 출신인 민 부사장이 주도했다. 그는 2010년 이천관사 평가심의위원 선정 전날 대보그룹에 전격 영입됐다.

민 부사장은 현직 군인 2명에게 1천만원씩 직접 뒷돈을 건넸다. 평가위원들과 안면이 있는 해군 대령 출신 이모씨 등 브로커 4명에게 7천만원을 뿌렸다. 일부 브로커는 ‘배달사고’를 내기도 했다.

예비역 육군 장교인 장 이사는 군부대 내 대대장실에 찾아가 책상 서랍에 돈봉투를 넣어두고 나온 뒤 전화로 알려주는 대범함을 보였다. 현금 전달에는 빵봉투와 골프공세트 박스 등 다양한 포장용기가 동원됐다.

대보그룹은 평가심의위원이 선정되기 전부터 후보자들에게 기프트카드를 주거나 골프 접대를 하며 관리했다. 배점 비중에 따라 뇌물 액수를 1천만∼3천만원으로 차등 배분했다.

국방부 훈령은 평가심의위원과 업체의 접촉을 금지하고 있지만 위원들은 거리낌 없이 뒷돈을 받고 대부분 대보에 1등 점수를 줬다. 규정대로 자진신고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경쟁업체도 로비전에 가담했다. 이천 관사 사업에 조경분야 평가심의위원으로 참여한 허 교수는 대보건설과 경쟁업체인 S사 양쪽에서 2천만원씩 챙겼다.

검찰은 낙찰자 선정 방식 탓에 이런 비리가 싹텄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 발주 공사는 통상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해 결정한다. 그러나 업체간 가격담합이 횡행해 사실상 평가심의위원이 매긴 기술점수로 순위가 매겨진다. 위원으로 참여하는 현역 후배장교들이 공병·시설장교 출신 예비역의 로비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다.

검찰은 2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최등규(67) 대보그룹 회장이 빼돌린 회삿돈을 투입해 금품로비를 지시했다고 보고 최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대보그룹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준 ‘자료상’ 마모(34)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손모(49)씨 등 횡령에 가담한 계열사 임원 2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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