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자료 대거 인용… 속도 붙는 탄핵심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17일 최순실(61·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건 관련 검찰 수사 기록을 대거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탄핵 심판의 특성을 고려해 박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은 부분도 증거로 인정했다. 최씨에 대한 검찰 수사 기록 일부도 포함됐다. 검찰에서 이미 충분히 진술한 인물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증인 신문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탄핵 심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이날 헌재는 탄핵 심판 6차 변론에서 ‘문고리 3인방’ 정호성(48)·안봉근(51)·이재만(51) 전 청와대 비서관 등 핵심인물 40여명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꼼꼼히 기재된 안종범(5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인정한 부분만 증거로 채택됐다.
반면 최씨 진술조서는 본인이 강압적 상황에서 진술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이 동의한 부분에 한해서 인정됐다.
박 대통령 탄핵사건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피청구인 측이) 동의하지 않은 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지만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되는 부분은 증거로 채택한다”며 “전부 영상으로 녹화한 진술은 증거로 채택한다. 또한 변호인이 입회해 진술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문서도 증거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검찰 수사자료의 상당수를 증거로 채택한 것은 사실상 국회 탄핵소추위원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 절차를 탄핵 심판에 엄격하게 준용해서는 안 된다는 국회 측 주장이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만약 형사소송절차를 100% 따랐을 경우 한쪽이 부동의한 검찰 진술조서는 증거로 인정받기 쉽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할 경우 형사소송절차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헌재법을 적용해 이번 사안을 처리했다.
강 재판관은 “사건이 접수된 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재판관 회의를 했다”며 “치밀하게 합의를 해 왔고 증거 채부 원칙은 (재판관 사이에) 아무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 자료가 대거 인정됨에 따라 탄핵 심판 심리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의 경우 증인신청을 철회하고 검찰에서의 진술로 이를 대체해도 된다. 소추위원 측은 추가 검토를 통해 철회할 증인을 추려낼 예정이다. 최씨에 대한 진술조서가 대거 증거에서 빠졌지만 그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어 탄핵사유를 입증하는 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소추위원은 “이미 신청했던 증인들 중 철회해도 되는 부분이 나와 그만큼 절차가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헌법재판과 형사소송의 절충을 찾은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며 “(안종범 수첩에 대해서는) 이의를 신청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01-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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