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등학교 교과서의 다문화 관련 기술방식이 한민족 중심적이면서도 해외 사례를 언급할 때는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대 중앙다문화교육센터가 7차 교육과정의 초·중등학교 사회,도덕,국어 교과서를 분석한 ‘초·중등 교육과정 및 교과서의 다문화적 요소분석을 통한 개정방안 연구’에 따르면 사회 교과서의 경우 한민족과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다소 과장된 방식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가령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선 재래시장을 방문한 외국인이 ‘정말 멋진 곳이야!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라 말하며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거나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 자동차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삽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검은 눈과 검은 머리의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다른 민족의 경우 ‘외국인’으로 잠깐 등장하는 것이 전부이며,그마저도 다수가 백인이다.외국인 120만 명 시대에 검은 피부,파란 눈의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한국인=한민족’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다는 것.
특히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경우 세계 각국의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해 외견상으로는 자료가 균형을 갖추고 있으나 암묵적으로 제국주의,문화 절대주의적 시각을 보여주는 서술이 다수 있었다.
미국의 남북전쟁을 기술할 때 남북으로 갈린 백인들의 입장만 진술돼 노예로 살았던 흑인들이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전쟁에서 어떤 이바지를 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또 사회적 불평등의 발생하는 이유를 다루는 삽화에서 흑인 혹은 인디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로 구성된 원시 사회의 사례로 그려졌는데,실제 서구 역사에서 신분제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각했음에도 이런 부분은 제시되지 않아 특정 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도덕 교과서 역시 한민족 중심적인 기술 방식이 두드러졌다.
화목한 집을 그린 삽화나 학급의 모습이 모두 한민족 중심으로 그려져 있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배제됐다.특히 중학교 1학년 도덕 1단원의 인물 사진·삽화 중 97%가 한민족 또는 검의 머리에 황색 피부를 지닌 사람이었다.
인종차별적이거나 피부색에 따른 고정관념을 드러낸 사례도 있었다.UN(국제연합) 직원은 노랑머리의 백인이고,외국인을 만났을 때 바람직한 태도를 설명하는 단원에 등장하는 외국인은 모두 백인인 반면,범죄자나 굶주린 아이들의 사진에 나타난 이들은 모두 흑인이었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내 다양한 문화와 집단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사례일 수 있으나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식으로 서술해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하지 못했다.
국어 교과서는 서구 중심적이거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 있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해외 동화들은 대부분 덴마크,미국,프랑스 등 서구 쪽 작가의 작품에 편중됐다.이 탓에 삽화 주인공은 대부분 서양 중세시대 의상을 입은 금발 백인의 모습이었다.
또 위인들의 사례를 들 때 서구 출신 인물이나 우리나라 사례만 있을 뿐 제3세계 인물들은 제외됐고,한국 고유의 것과 다른 나라를 비교할 때 다른 나라는 늘 서구적인 것들이고 남미,아프리카 등 제3세계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조영달 교수는 “한국 문화에 대한 교육은 문화 교류의 차원에서 인류의 문화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달해 왔는지,문화 다양성과 관련해 한국 문화가 인류에 어떤 기여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해 한국 문화의 고유성과 가치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현행 교과서는 나를 긍정하고 존중하는 내용은 많은데 비해 타인을 긍정하고 존중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은 매우 적다”며 “앞으로 나의 정체성 문제와 타인의 정체성 문제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된 것으로,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대 중앙다문화교육센터는 다문화,다민족 사회에 걸맞은 교육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2007년 7월 지정됐다.
연합뉴스
9일 서울대 중앙다문화교육센터가 7차 교육과정의 초·중등학교 사회,도덕,국어 교과서를 분석한 ‘초·중등 교육과정 및 교과서의 다문화적 요소분석을 통한 개정방안 연구’에 따르면 사회 교과서의 경우 한민족과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다소 과장된 방식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가령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선 재래시장을 방문한 외국인이 ‘정말 멋진 곳이야!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라 말하며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거나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 자동차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삽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검은 눈과 검은 머리의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다른 민족의 경우 ‘외국인’으로 잠깐 등장하는 것이 전부이며,그마저도 다수가 백인이다.외국인 120만 명 시대에 검은 피부,파란 눈의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한국인=한민족’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다는 것.
특히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경우 세계 각국의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해 외견상으로는 자료가 균형을 갖추고 있으나 암묵적으로 제국주의,문화 절대주의적 시각을 보여주는 서술이 다수 있었다.
미국의 남북전쟁을 기술할 때 남북으로 갈린 백인들의 입장만 진술돼 노예로 살았던 흑인들이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전쟁에서 어떤 이바지를 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또 사회적 불평등의 발생하는 이유를 다루는 삽화에서 흑인 혹은 인디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로 구성된 원시 사회의 사례로 그려졌는데,실제 서구 역사에서 신분제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각했음에도 이런 부분은 제시되지 않아 특정 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도덕 교과서 역시 한민족 중심적인 기술 방식이 두드러졌다.
화목한 집을 그린 삽화나 학급의 모습이 모두 한민족 중심으로 그려져 있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배제됐다.특히 중학교 1학년 도덕 1단원의 인물 사진·삽화 중 97%가 한민족 또는 검의 머리에 황색 피부를 지닌 사람이었다.
인종차별적이거나 피부색에 따른 고정관념을 드러낸 사례도 있었다.UN(국제연합) 직원은 노랑머리의 백인이고,외국인을 만났을 때 바람직한 태도를 설명하는 단원에 등장하는 외국인은 모두 백인인 반면,범죄자나 굶주린 아이들의 사진에 나타난 이들은 모두 흑인이었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내 다양한 문화와 집단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사례일 수 있으나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식으로 서술해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하지 못했다.
국어 교과서는 서구 중심적이거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 있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해외 동화들은 대부분 덴마크,미국,프랑스 등 서구 쪽 작가의 작품에 편중됐다.이 탓에 삽화 주인공은 대부분 서양 중세시대 의상을 입은 금발 백인의 모습이었다.
또 위인들의 사례를 들 때 서구 출신 인물이나 우리나라 사례만 있을 뿐 제3세계 인물들은 제외됐고,한국 고유의 것과 다른 나라를 비교할 때 다른 나라는 늘 서구적인 것들이고 남미,아프리카 등 제3세계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조영달 교수는 “한국 문화에 대한 교육은 문화 교류의 차원에서 인류의 문화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달해 왔는지,문화 다양성과 관련해 한국 문화가 인류에 어떤 기여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해 한국 문화의 고유성과 가치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현행 교과서는 나를 긍정하고 존중하는 내용은 많은데 비해 타인을 긍정하고 존중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은 매우 적다”며 “앞으로 나의 정체성 문제와 타인의 정체성 문제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된 것으로,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대 중앙다문화교육센터는 다문화,다민족 사회에 걸맞은 교육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2007년 7월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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