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남성호르몬제 주로 투여… 대상자 더 늘 듯
법원이 3일 미성년자 성폭행범에게 화학적 거세 명령을 내린 것은 치료나 교화가 불가능한 성폭행범은 국가가 나서 강제적으로 성충동을 억제, 다수 선량한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판결로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게 될 성폭행범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중 처벌 등의 논란도 거세다.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자 가운데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성도착증 환자로 진단을 받고 재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현행 법은 19세 이상의 성도착증이 있는 자가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약물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이 약물치료를 명령하면 성범죄자는 석방 전 두 달 안에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받고, 석방 뒤에도 법원이 정한 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집행에 따라 정기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약물치료 명령은 최장 15년까지 가능하다. 치료에 주로 쓰이는 약물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억제제로 알려진 ‘항남성호르몬제’다. 약물에 따라 1개월, 3개월, 6개월간 남성호르몬 생성이 억제되면서 성충동이나 환상 등이 줄고 발기력도 저하된다. 약물치료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검찰은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모두 7건의 성범죄자에 대해 약물치료를 청구했고 서울남부지법이 이날 처음으로 청구를 받아들였다. 나머지 6건 중 1건은 서울북부지법에서 기각됐고 대전지법, 광주지법, 부산지법, 서울동부지법, 부천지원 등에서 5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선고를 시작으로 향후 법원의 약물치료 명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 국한된 화학적 거세가 오는 3월부터 피해자의 연령에 상관없이 전체 성범죄자로 확대·적용되는 개정 법이 시행되는 만큼 검찰의 약물치료 청구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으로는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8개 주와 독일,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등이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화학적 거세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높다. 천정환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치료보다는 처벌 위주로 가자는 것인데, 수감 외 또 다른 제재를 가하는 사실상 이중 처벌”이라며 “왜곡된 성가치관을 바로잡는 교육 등 근본적인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대체 도구 등을 이용한 더 가혹하고 잔인한 성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지 화학적 거세가 본인 동의 없이 이뤄진다고 해서 무조건 부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거세’처럼 성기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과 같은 수준으로 조절해 준다는 치료 개념”이라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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