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수비’에 사라진 공한증

‘부실 수비’에 사라진 공한증

입력 2010-02-11 00:00
수정 201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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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10일 동아시아축구연맹선수권대회 2차전에서 중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만나 이긴 뒤로 중국 대표팀에는 32년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으며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했지만 결국 무패행진은 28경기(16승11무1패) 만에 끝났다.

그것도 0-3 완패라는 수모까지 당해 충격이 더 컸다.

한국의 부실한 수비 덕에 중국 축구의 불치병 같던 공한증은 온 데 간 데 찾을 수가 없었다.

이날 중국의 세 골 모두 한국 수비의 균열에서 비롯됐다.

포백 수비라인의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이정수(가시마)가 부상으로 전반 15분 만에 교체되는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고는 해도 한국 수비는 상대 역습을 맞아 너무 우왕좌왕했다.

중국은 전반 5분 한국 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취보가 올려준 공을 위하이가 골문 앞으로 쇄도하며 헤딩으로 방향을 틀어 선제골을 만들었다.

한국 수비의 시선은 공 쪽에 몰려 있었고, 위하이의 움직임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오른쪽 풀백 오범석(울산)이 위하이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고 나서 한국은 중국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렸다.

중국은 철저히 수비 중심의 경기를 펼쳤다. 수비 때는 최전방 공격수까지 중앙선 밑으로 내려가 두텁게 벽을 쳤고, 공을 빼앗아 빠르게 역습에 나섰다.

과거와는 달리 스피드와 정확한 패스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역습은 위협적이었다.

현지에서 방송 중계를 한 이용수 KBS 해설위원도 지적했지만 이런 흐름의 경기에서 우리에게 가장 좋지 못한 상황은 미드필더나 수비수가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을 때이다. 역습으로 우리 최종 수비라인이 단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 27분 추가 실점도 그런 상황에서 나왔다.

중앙수비수 곽태휘(전남)가 페널티지역에서 걷어낸다고 찬 공이 상대 선수에게 걸렸고, 이어 패스를 받은 가오린이 골키퍼 이운재(수원)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왼발슛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전반 41분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가오린의 슈팅도 골키퍼 이운재가 간신히 막아내긴 했지만 역시 골이나 다름없는 완벽한 실점 위기를 초래했다.

반면 한국의 공격은 중국 수비가 다 자리를 잡고 나서야 이뤄질 만큼 전개 속도가 느려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후반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 수비는 후반 11분 위하이가 골 지역 왼쪽에서 편안하게 슈팅을 하도록 놔뒀다. 다행히 위하이의 슛은 골문을 벗어났지만 바로 4분 뒤 덩주오샹에게 쐐기골을 내줬다.

이대일 패스와 덩주오샹의 개인기에 한국 수비수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나가떨어졌다.

중국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한 팀이다.

반면 이날 풀타임을 뛴 중앙수비수 조용형(제주)-곽태휘 조합이나 오른쪽 풀백 오범석은 이번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허정무 감독이 중용할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다.

월드컵 본선 준비과정에서 좋은 경험이라며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축구팬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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