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각국 훈련법도 가지각색

<월드컵> 각국 훈련법도 가지각색

입력 2010-05-21 00:00
수정 2010-05-21 15:4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다음 달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국의 워밍업도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남아공월드컵 경기장의 대다수가 고지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고지대 전지훈련이다.

 고지대에서 훈련을 하고 평지에서 경기하면 산소 흡입량이 많아지면서 경기력이 뛰어오르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는 고지대의 부작용을 예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각국의 평가전 일정을 살펴보면 톱스타가 즐비한 쪽은 친선경기를 자제하는 모습이 노출되는 반면 선수 기량검증이나 전술 고안에 자신이 없는 쪽은 본선 직전까지 실전 담금질이 늘어섰다.

 ◇ 고지대 훈련은 필수

 고지대 적응을 위한 훈련지로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남아공과 시차적응까지 치러낼 수 있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 있는 알프스 산맥으로 꼽히고 있다.

 남아공 고지대에서 일찌감치 훈련하는 방안도 있지만 훈련 시설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현지에 일찍 입성하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북한과 알제리,코트디부아르는 스위스에서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으며 한국은 물론 그리스와 일본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에서는 슬로바키아,카메룬,뉴질랜드,온두라스,스페인,네덜란드,잉글랜드가 훈련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치르고 있다.

 한국도 다음 달 4일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르는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짧지만 고지대 환경을 직접 경험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남아공의 고지대인 요하네스버그나 프리토리아,루스텐버그에서 적어도 1경기를 치른다는 것으로 경기력 향상보다는 경기력 저하를 막겠다는 의도로 알프스로 향하는 것이다.

 ◇ 잉글랜드.한국 저산소 별도훈련

 잉글랜드는 고지대 훈련 뿐만 아니라 별도로 저산소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에서 훈련을 하면서 휴식시간을 활용해 하루 한 시간씩 저산소 마스크를 착용했다 벗었다 하는 요법.

 저산소 마스크는 산소의 비중을 낮춘 공기를 흡입하면서 저압 때문에 산소 전달력이 줄어드는 고지대 환경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선수들은 휴게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면 5분 간격으로 마스크를 꼈다 벗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국도 잉글랜드와 비슷한 훈련법을 쓰고 있다.

 대표팀은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산소 비중을 낮춘 공기를 유지하는 저산소실을 운영해 하루에 한 시간씩 선수들이 거기서 쉬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이뤄지는 이런 훈련이 고지대에 인체가 실질적으로 적응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지만 겁을 덜 내고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데는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프랑스 산악 유격훈련

 프랑스 대표팀은 선수들이 모두 싫어하는 ‘극기훈련’을 이번 월드컵에서 강행했다.

 괴짜 사령탑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이 2006년 독일월드컵 직전에 치른 산악구보에 이어 다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월드컵 때는 정신력을 높인다는 취지의 극기훈련이었지만 이번에는 고지대 적응이라는 명분이 붙어 해발 3천m 알프스에 올라가 하룻밤을 지냈다.

 2006년 극기훈련 때 도메네크 감독은 “주전들이 심리적 중압감을 이기고 백업요원들도 자신감을 느끼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당시 골키퍼 파비엥 바르테즈 등이 반발해 선수단을 이탈하는 사태도 있었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별다른 잡음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자체훈련으로 족하다

 환경에 적응하거나 평가전을 거듭 치르며 실력을 확인하기보다는 익숙한 곳에서 자체 훈련을 거듭하며 손발을 맞추는 데 집중하는 팀도 있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이 대표적이다.호나우지뉴를 대표팀에서 제외시키는 등 화려함보다는 공수 균형 등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 브라질은 아예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조차 치르지 않는다.

 32개 본선 출전국 가운데 한 차례도 평가전을 치르지 않는 팀은 브라질이 유일하다.

 브라질은 평가전을 치르려 훈련 장소를 바꿔 가며 이동하지 않고 한 장소에 머물며 긴 호흡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둥가 감독의 지휘 아래 브라질 남부 꾸리찌바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브라질 대표팀은 오늘 27일 곧장 남아공으로 직행해 현지에서 적응에 나선다.

 우루과이와 나이지리아,슬로베니아 등도 잦은 이동보다는 조용히 내실을 기하는 편을 택한 경우다.

 우루과이는 26일 이스라엘과 처음이자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고 나이지리아는 30일 콜롬비아와,슬로베니아는 6월 4일 뉴질랜드와 1차례씩만 평가전을 갖는다.

 예선에서 한국과 맞붙는 아르헨티나는 아이티,캐나다와 두 차례 평가전이 예정돼 있지만 가장 빠른 24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자체 훈련에 남은 시간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코앞까지 평가전

 반대로 ‘실전이 최고’를 외치며 대회 직전까지 끊임없는 평가전을 거치는 팀들도 눈에 띈다.

 뉴질랜드와 칠레는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둔 6월9일에 남아공 현지에서 경기를 벌인다.각각 15일과 16일 조별 예선 첫 경기가 예정돼 있으니,실전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또 포르투갈과 스페인 역시 하루 앞선 8일 모잠비크,폴란드와 각각 평가전을 한다.

 멕시코의 평가전 일정은 실전 담금질을 빙자한 ‘지옥훈련’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대다수 나라가 서너 차례의 평가전을 치르는 동안 멕시코는 무려 8차례나 실전에 나선다.

 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놀랍다.5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흘 동안 사흘 간격으로 네 게임을 치른 멕시코는 24일부터 6월 3일까지 또 네 경기를 연달아 벌인다.

 한국은 예선 B조에서 가장 실전에 중점을 두는 팀이다.나이지리아가 1경기,아르헨티나와 그리스가 2경기밖에 치르지 않지만 한국은 4차례 평가전을 거친 뒤 월드컵에 나선다.

 슬로베니아는 실전을 많이 겪어야 할 약체로 분류되지만 의외로 평가전을 딱 한 차례만 치르기로 했다.

 다음 달 5일 슬로베니아 마리보에서 조별리그 상대들과 별 관계도 없는 뉴질랜드를 불러 친선경기를 하는 게 유일한 실전 워밍업이라서 궁금증을 낳는다.

 ◇ 알제리 ‘3단 분리’ 훈련법

 알제리는 선수들을 부상에서 회복하는 선수,경기감각이 떨어진 선수,너무 많이 뛰어서 피곤한 선수 등 세 부류로 나눠 따로 훈련을 치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같은 훈련법은 오는 29일 아일랜드와 평가전을 치르기 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개별 선수에게 적합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하지만 본선을 코앞에 두고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알제리는 하지만 화합 차원에서 23명의 월드컵 엔트리에서 제외되라도 지난 1월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모두 남아공에 데려갈 방침이다.

 라바 사단 알제리 감독은 “본선에 진출하도록 도운 선수 모두가 애국자”라며 “팀은 23명으로 줄지만 모두가 팀의 일부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