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승부조작 의혹 확산으로 ‘뒤숭숭’

축구계, 승부조작 의혹 확산으로 ‘뒤숭숭’

입력 2011-05-31 00:00
수정 2011-05-3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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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없는 선수, 골 먹은 골키퍼 등 모두가 의심받는 상황”

“벌써 승부조작 의심을 받아 동료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선수까지 있다고 합니다.”

프로축구 K리그 구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의 말이다.

프로축구판의 승부조작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브로커와 선수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던 프로축구 선수 출신 정종관은 급기야 자살로 서른 인생을 마감했다.

일차적으로는 죄의식 없이 승부조작이나 불법 베팅을 해온 선수들이 문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아채고도 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덮는데만 급급했던 지도자들과 구단, 미온적 대처로 일관한 연맹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프로축구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개연성 있는 승부조작 의혹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제는 특별한 이유없이 팀을 떠난 선수들은 대부분 승부 조작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한 팀은 4명이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지난해 자체 조사를 벌여 이 중 세 명과 계약해지를 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 한 명은 팀에 남아 올 시즌도 뛰고 있다.

방출된 선수 중 하나는 시즌 막판 순위싸움이 중요한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다.

비위사실을 적발해 계약해지를 앞둔 선수를 출전시킨 것이다.

’알면서도 이기려고 내보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이다.

그래도 이 팀은 방출한 선수들이 국내 다른 프로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막았다.

한 선수는 동남아 국가의 리그로 옮겼다.

K리그 강호 중 한 팀은 올해 새로 영입한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전 소속팀에서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소문을 듣고 자체 조사를 벌였지만,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이번에 골키퍼 성모 씨가 구속된 신생팀 광주FC의 경우에도 검찰 발표 이전인 지난 19일 해당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구단에서는 성 씨가 동료를 매수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더는 연루된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이젠 이마저도 자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도자와 선수, 선수와 선수가 서로 못 믿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는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의 지적처럼 K리그 그라운드에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한 축구인은 “’누구도 (승부조작) 한다더라, 누구도 한다더라’라는 말을 이젠 너무 쉽게 듣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축구인도 “이제 실력 없는 선수는 승부조작한 선수, 골 먹은 골키퍼는 승부조작한 선수, 골 못 넣은 공격수도 승부조작한 선수로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며 씁쓸해했다.

승부조작 파문이 커지자 프로축구연맹은 3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평창군 한화리조트 휘닉스파크에서 워크숍을 진행한다.

16개 구단 선수와 코치진, 사무국 임직원 등 1천여 명이 모이는 이번 워크숍은 승부조작과 관련한 부정·불법행위를 근절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K리그 선수단과 연맹 및 구단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몽규 연맹 총재도 이번 워크숍에 참석해 K리그의 신뢰 회복 방안을 찾으려고 머리를 맞댄다.

이번 워크숍은 연맹과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자정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중요한 시험대다.

연맹이나 구단은 “수사권이 없어 진실을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연맹이나 구단에서 파악만 내용만으로도 검찰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새 출발의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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