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US 아무나 오픈(US Wide Open)?’
16일 티오프를 한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 US오픈을 두고 AP통신은 이렇게 평가했다. 예측 가능한 우승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어려운 코스가 다소 쉬워졌다. 무조건 골탕을 먹이는 코스가 아니라 변별력을 갖춘 코스가 됐다는 게 올해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타이거 우즈(미국)의 ‘1인 독재’ 시대가 저문 이후 세계 1인자 자리는 계속해서 바뀌었다. 최근 10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10명의 우승자가 나왔다. 현재 세계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와 2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공교롭게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본 적이 없다. 최근 3개의 메이저 대회 챔피언은 모두 20대다.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춰야 하는 US오픈에서 돌풍을 일으킬지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대회가 열리는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 골프장(파72·7250야드)이 예년과 다르다는 평가다. 52위 파드리그 해링턴(호주)는 마지막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나서 “이 코스에 대해 불평을 한다는 건 공을 칠 줄 모른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가장 힘든 골프 테스트’라는 명성을 유지해온 US오픈이지만 올해에는 코스에 대한 불만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이는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 마이크 데이비스 회장이 까다롭기(Tough)보다는 공평한(Fair) 코스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특히 ‘차별화된 러프’(Graduated Rough)가 눈에 띈다. 다른 대회와 달리 샷의 정확도를 가늠하기 위해 러프를 3단계로 나눠 놓았다. 페어웨이와 맞닿은 곳은 잔디 길이를 짧게, 점점 멀어질수록 잔디 길이를 길게 해놓아 변별력을 갖췄다. 또 95개의 벙커에 공이 가까이 오면 모래 안으로 굴러들어가도록 하거나, 16번홀(파5)을 비롯한 몇 개 홀에서 그린 주위에 별도의 구역이 있어 칩샷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변별력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해놓았다.
2006년 우승자이기도 한 제프 오길비(호주)는 “예전에는 주최 측이 ‘어떻게 하면 어려운 코스를 만들까’를 고민했다면 이번엔 ‘누가 최고의 플레이어인지 가려낼 수 있을까’라고 고민한 것 같다.”고 평가할 정도다. 그래서 누가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질 더 관심이 쏠린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1-06-1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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