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지난해 토론토 구단 사인 훔쳤다’ 보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시끄럽다.미국의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 ESPN은 11일 인터넷판에서 익명의 불펜 투수 4명의 증언을 취합해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 로저스센터 외야에서 누군가가 토론토 타자들에게 상대팀의 사인을 훔쳐 가르쳐줬다고 전했다.
그러자 토론토 구단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ESPN은 토론토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다른 팀 불펜 투수 4명으로부터 지난해 봄 로저스센터 외야에서 흰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양팔을 위로 올리면 변화구, 팔을 접으면 직구’라는 식으로 상대팀 투수와 포수의 사인을 훔쳐 타석에 있던 토론토 타자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증언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크리스 안토폴로스 토론토 단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리석고 허점이 많은 보도”라고 즉각 반발했다.
그는 “사인을 조직적으로 훔치려면 구단 내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도록 더 피곤한 일을 해야 한다. 제발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제보를 한 4명의 투수를 찾아내 이들이 흰 셔츠를 입은 사람은 사람을 본 것인지, 미확인비행물체(UFO)를 본 것인지 따져보자”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안토폴로스 단장은 “전 경기가 TV로 생중계되고 곳곳에 카메라가 깔린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강변했다.
존 퍼럴 토론토 감독도 “모욕적이며 근거 없는 기사”라며 토론토의 중심 타자인 호세 바티스타도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특히 바티스타는 “투수가 던지는 하얀 공과 외야에 있었다는 흰색 셔츠의 사나이를 어떻게 동시에 볼 수 있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날 오클랜드와의 홈경기에 입장한 토론토의 홈 팬 중 일부는 외야에서 흰색 셔츠를 입고 양팔을 올려 일부러 ‘빠른 볼’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며 ESPN의 보도를 조롱하는 등 토론토 구단을 옹호했다.
그러나 토론토의 사인 훔치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경쟁팀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뉴욕 양키스의 포수 러셀 마틴은 지난달 토론토와의 방문경기 중 토론토 선수들이 2루에서 상대 배터리의 사인을 훔쳐 타자에게 가르쳐줬다고 분노했다.
양키스는 당시 첫 경기를 토론토에 7-16으로 패하자 다음 경기부터 주자가 없을 때도 내는 사인을 만들었을 정도로 사인 체계를 완전히 바꿨고 이후 2승을 챙겼다.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은 “사인 훔치기는 야구가 태동했을 무렵부터 있었던 것이고 내 임무는 상대방이 사인을 훔치지 못하게 막는 것”이라는 말로 언짢은 기분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독설가’로 유명한 아지 기옌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도 “사인 훔치기가 횡행한다면 아마 토론토가 1등을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SPN에 관련 내용을 제보한 익명의 한 투수는 토론토의 사인 훔치기가 계속된다면 바티스타의 머리 위로 위협구를 던지겠다고 공언하는 등 증폭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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