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명예로 일하는 직업 낮은 연봉이 비리 정당화 못해 경기수당 차등지급 등 개선해야”

“자부심·명예로 일하는 직업 낮은 연봉이 비리 정당화 못해 경기수당 차등지급 등 개선해야”

입력 2012-11-19 00:00
수정 2012-11-1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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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기 대한축구협 심판위원회 실무부위원장

“낮은 처우 때문에 검은 유혹에 넘어간다고들 하지만 어디 꼭 그렇겠어요? 우리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 이탈리아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잖아요?”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안상기(55)실무부위원장은 18일 서울신문과 만나 “특히 지연과 학연에 얽매이는 우리 실정에서는 더욱더 돈보다 명예, 자부심으로 심판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부위원장은 17년 동안 K리그 심판으로 일하다 은퇴한 뒤 현재 심판들의 경기 배정을 담당하고 있다.
안상기 대한축구협 심판위원회 실무부위원장
안상기 대한축구협 심판위원회 실무부위원장


●직업 가질 것을 적극 권장… 대다수 교사등 본업 다양

안 부위원장은 “국제심판들도 경기당 수당이 100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며 “아마추어 심판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여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하거나 심지어 세 직업을 갖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도 “그렇다고 유혹에 넘어가는 일이 용납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협회가 심판들에게 직업을 가질 것을 적극 권장하는 것도 오랜 일이 됐다. 실제로 프로축구 전임심판 40여명을 제외한 대다수 심판들이 본업을 따로 갖고 있다. 의사, 교사, 회사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2년 전 남아공월드컵 결승 주심을 봤던 하워드 웹(잉글랜드)처럼 본업이 경찰관인 심판도 더러 있다. 부산에서 경찰관으로 재직하는 김부환 심판은 사건이 터졌다는 얘기를 듣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범인을 잡으러 현장으로 달려간 일도 있다고 했다.

안 부위원장은 1996년 K리그 전남-부천 경기 주심을 봤던 때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날 레드카드 4장을 꺼내야 했는데 홈팀인 전남이 연패 중이었다. 이날 또 지자 관중들이 물병을 던지고 서포터스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경찰 호위를 받고 귀가해야 했다. 신문방송들이 어떻게 기사를 쓸지 걱정돼 밤잠을 이룬 적도 있다.”그는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회의가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심판들 연봉 많다고 비리 없나

특정 팀의 경기 휘슬을 불 때마다 그 팀이 지는 일이 연속되는 바람에 뜨거운 눈총을 받아 결국 그 팀 경기의 배정을 스스로 거부하는 촌극도 있었다. 말 그대로 심판이란 일은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란 뜻이다.

안 부위원장은 경기 수당을 경험과 검증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결국 젊은 심판들은 직업을 따로 가질 수밖에 없다. 심판이 부업인 셈이다. 일본과 영국은 경험이 많든 적든 경기당 수당이 똑같이 주어진다. 대신 베테랑 심판에게는 더 많은 경기를 배정하는 식으로 배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전임심판에겐 원래 직업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기 때문에 별달리 걱정할 이유가 없다.

안 부위원장은 “웹 주심도 휴직계를 내고 심판 업무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관에 준하는 보수를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일본은 공무원이 심판 일을 병행하는 게 절반 정도인데 그에 준하는 연봉을 주기 때문에 전임하는 일이 많다.”고 귀띔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2012-11-1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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