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동메달, 박종우의 진심은 통했다

되찾은 동메달, 박종우의 진심은 통했다

입력 2013-02-13 00:00
수정 201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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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1일.

이날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 나타난 ‘독도는 우리 땅’ 종이 한 장이 동메달로 돌아오기까지는 꼬박 6개월이 걸렸다.

한국 축구의 첫 올림픽 메달이 결정된 런던올림픽 3-4위전이 끝나고 박종우(24·부산)는 ‘독도는 우리 땅’이 쓰인 종이를 들고 경기장을 누볐다.

이 장면이 사진을 통해 알려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박종우의 메달 수여를 보류했다.

현장에서 ‘정치적인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박종우는 동료들이 메달을 걸고 기쁨을 만끽한 순간을 나누지 못했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현장에도 함께할 수 없었다.

IOC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진상조사를 요청했고, FIFA는 대한축구협회에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하면서 박종우의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우선 축구협회는 박종우와 면담을 통해 보고서를 준비했다.

김주성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16일 보고서를 들고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를 방문, 박종우의 세리머니가 ‘우발적’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축구협회가 박종우의 행동에 대해 일본축구협회에 사과하는 뉘앙스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박종우가 병역혜택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발표했고, 국민체육진흥공단도 연금 지급을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박종우가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인정받은 셈이다.

FIFA는 전례 없는 이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지난해 10월 상벌위에서 박종우의 징계 여부를 논의하려고 했으나 연기하고 축구협회에 추가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박종우가 직접 작성한 경위서 등을 FIFA로 보냈다.

추가자료까지 검토한 FIFA는 결국 11월20일 상벌위를 열어 12월3일 대한축구협회에 결과를 통보했다.

A매치 2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3천500스위스프랑(약 410만원).

우발적이었지만 “비신사적인 행위를 금지한 FIFA 징계규정 57조와 런던올림픽대회 규정 18조4항(대회 기간 정치적·종교적·상업적 행위 금지)을 위반”한 대가였다.

박종우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5, 6차전에 결장하게 됐지만 가벼운 징계로 ‘면죄부’를 받았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려질 IOC의 결정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인고의 시간’을 견딘 박종우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 경험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며 차분히 훈련에 매진했다.

이후 박종우는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다 지난 8일 귀국, 다음날 IOC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스위스 로잔으로 떠났다.

징계위원회에서는 선수가 직접 상황을 설명해야 하기에 인천공항 인근 숙소에서 예행연습도 했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거쳤다.

로잔에는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 국제변호사, 대한축구협회 고문 변호사, 대한체육회 직원이 박종우와 동행했다.

현장에서 박종우는 자신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전했고, 12일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동메달의 주인이 됐다.

그리고 ‘메달보다 값진 경험’도 함께 얻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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