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리거에게 10라운드 TKO 승리…일각에선 승리 의미 축소경기 앞두고 은퇴 언급…링 복귀 여부는 미지수
‘누구나 계획은 있다. 입에 펀치 한 방 맞기 전까진 말이다.’일세를 풍미한 헤비급 복싱 선수 마이크 타이슨(51·미국)이 남긴 이 명언은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에게 그대로 써도 무방하다.
메이웨더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맥그리거와 슈퍼웰터급 12라운드 복싱 경기에서 10라운드 TKO로 승리했다.
처음 둘의 대결이 결정됐을 때, 대다수 사람은 메이웨더의 일방적인 승리를 점쳤다.
메이웨더는 49전 무패로 21세기 복싱에서 가장 위대한 금자탑을 쌓았지만, 맥그리거는 정식 복싱 경기가 처음이라서다.
그렇지만 맥그리거는 끊임없이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세간의 평가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박사들이 움직였다. 맥그리거에 걸린 배당률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내려갔고, 경기를 코앞에 두고서는 “최근 도박에 참가한 17명 중 16명은 맥그리거에게 돈을 걸었다”는 ESPN 기사까지 나왔다.
맥그리거의 ‘허세’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건 그가 적어도 UFC 무대에서는 ‘말하는 대로’ 실천해서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맥그리거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복싱을 보여줄 거다. 내가 곧 복싱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맥그리거의 도발에 말려들지 않고 앞서 자신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 경기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다.
매니 파키아오(39·필리핀)조차 뚫지 못했던 메이웨더의 디펜스를 ‘복싱 초보’ 맥그리거가 공략할 수는 없었다.
◇ 로키 뛰어넘은 메이웨더, 50전 전승 = 이번 승리로 메이웨더는 프로에서 싸운 50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50전 전승’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전설적인 헤비급 복서 로키 마르시아노(미국)의 ‘49전 전승’을 돌파해서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로키는 강력한 펀치와 좀처럼 쓰러지지 않는 ‘맷집’으로 활약하다가 1956년 32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남긴 공식 기록은 49전 49승 43KO승이다.
메이웨더의 이번 승리를 두고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느냐를 두고 복싱계에서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전 헤비급 챔피언 레녹스 루이스(52·영국)는 “복서가 아닌 UFC 선수와 싸운 메이웨더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결을 관장한 네바다 주 체육위원회에서 공식 경기로 인정한 이상, 메이웨더의 공식 기록은 50전 50승으로 남는다.
로키의 49전 전승 역시 당시에는 ‘만들어진 신화’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은퇴를 선언해 평범하게 살던 조 루이스(미국)를 다시 링으로 불러와 때려눕혀 비난을 받기도 했다.
◇ 은퇴 선언한 메이웨더, 정말 링 떠날까 = 메이웨더 ‘은퇴의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리키 해턴(39·영국)과 WBC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승리한 메이웨더는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2년 가까이 공백기를 보낸 메이웨더는 링에 복귀한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2015년 파키아오와 대결해 천문학적인 대전료를 챙긴 메이웨더는 그해 9월 안드레 버토(34·미국)전 판정승을 끝으로 다시 한 번 은퇴를 선언한다.
메이웨더는 그러나 은퇴 이후에도 꾸준히 ‘50번째 경기’를 언급하며 복귀를 암시했다.
결국 ‘더 큰 무대’를 꿈꾸던 맥그리거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메이웨더는 은퇴를 번복한다.
메이웨더는 경기를 하루 앞두고 가진 계체에서 “이번 경기가 마지막 복싱 경기”라고 다시 은퇴를 선언했다.
정말 메이웨더는 맥그리거전을 끝으로 링과 완전히 작별할까.
메이웨더는 복싱 실력만큼이나 비즈니스 능력도 탁월하다. 그가 은퇴를 깨고 복귀할 때마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50전 무패 복서’ 메이웨더의 가치는 여전히 충분하다. 그래서 복싱계에서는 “메이웨더가 첫 패배를 당할 때가 진짜 은퇴”라는 말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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