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처음 1마일 4분대 돌파한 로저 배니스터경 89세 일기로 타계

인류 처음 1마일 4분대 돌파한 로저 배니스터경 89세 일기로 타계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3-04 21:17
수정 2018-03-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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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1마일은 하등의 의미가 없는 거리 개념이다. 1.6㎞인데 영미 문화권에서는 1마일 레이스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류 최초로 1마일을 3분대에 달린 로저 배니스터 경이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고 영국 BBC가 4일 전했다. 그는 2011년 파킨슨씨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1954년 5월 6일 옥스퍼드의 이플리 로드 스포츠 그라운드에서 3분59초40을 기록했다. 사실 그의 기록은 46일 만에 존 랜디(호주)에 의해 3분59초07로 경신됐지만 최초로 4분 벽을 돌파한 사람이란 영예는 영원히 남는다. 1975년 작위가 수여되고 지난해 신년 훈장 수여식에서 컴패니언 훈장을 수훈했다.

그는 또 1954년 영연방 국가들의 체육 대회인 커먼웰스 게임 남자 1마일에서 금메달을 땄고 나중에 신경의학자가 됐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의학 공부에 열중하다 머리를 식힐 겸 짬을 내 달리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17세 때 처음 달리기를 해봤는데 불과 2년 뒤 1948년 런던올림픽에 나설 영국 대표로 거론됐다. 그러나 출전하지는 못했고 4년 뒤 헬싱키올림픽에서 비로소 출전해 1500m 결선에서 영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4위를 차지했다.
AF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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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메이커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의학 지식을 활용했고 달리기의 의학적 측면을 연구했던 그는 헬싱키올림픽을 마친 뒤 1마일을 4분 안에 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1953년 두 차례나 목표를 달성할 뻔했다. 웨스 산티(미국)와 랜디도 같은 목표를 세우고 노력했으나 배니스터가 먼저 뜻을 이뤘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시속 24㎞의 옆바람과 최고 시속 40㎞의 돌풍을 견디며 재로 만든 트랙을 달려 대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자신의 업적이 크리스토퍼 채터웨이 경과 크리스 브래셔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준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채터웨이 경은 이듬해 BBC가 처음 창설한 올해의 스포츠 인물에 배니스터를 물리치고 선정됐다. 브래셔는 런던마라톤의 공동 창설자가 됐으며 2003년 짧은 투병 끝에 세상을 먼저 등졌고, 채터웨이 경은 2014년 암으로 별세했다.

배니스터와 랜디의 기록은 그 뒤 5년 동안 아무도 근접하지 못하다가 1980년대 단 한번 경신된 뒤 이후 서배스천 코, 스티브 오베트, 스티브 크램 등에 의해 경신됐다. 현재 세계 최고 기록은 히참 엘 게루지(모로코)가 1999년 7월 7일 로마에서 작성한 3분43초13이다.

1954년 말 의학 공부에 전념하겠다며 육상 선수를 그만 둔 고인은 신경외과 컨설던트가 됐으며 1975년 자동차 사고를 당해 무릎을 다치기 전까지는 몸을 만들기 위해 계속 뛰었다. 그는 2014년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파킨슨씨병에 걸린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렇게도 많은 신경외과나 다른 환자들을 봐왔는데 내가 같은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 그게 자연의 속성이고, 보드라운 아이러니가 거기에 담겨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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