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라”고 강조
유니폼을 바꿔 입어도 ‘야생마’ 이상훈(45)의 기질은 변하지 않았다.투수훈련 지켜보는 이상훈 코치
한국프로야구 왼손 간판 투수로 활약한 ’야생마’ 이상훈이 두산 베어스 코치로 프로야구에 돌아왔다. 이상훈 코치가 21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리는 두산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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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LG 트윈스가 아닌 ‘한지붕 라이벌’ 두산 베어스 코치로 프로야구에 돌아온 이상훈은 21일(현지시간) 미국프로야구(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훈련장인 애리조나 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벌어지는 소속팀의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과 친분 쌓기에 주력했다.
선수 시절 전매특허인 치렁치렁한 장발 대신 짧게 다듬은 머리 모양이 현재 이 코치의 신분을 말해주지만, 변함없는 승리욕과 지금의 위치에서 전력을 쏟아붓겠다는 자세는 선수 시절과 다름없었다.
1,2군 코치진의 보직이 결정된 상황에서 이 코치는 2군 지도자로는 혼자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올해 1군과 2군을 오갈 유망 투수 자원은 물론 1군 주력 투수들과 교감을 나누라는 구단의 배려이자 왼손 투수의 기량을 키워달라는 요청으로 볼 수 있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이 코치가 선수들에게 다가가 웃음을 주면서 그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코치는 “한국(LG)으로 돌아오기 직전인 2002년 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을 때 샌디에이고와의 경기를 위해 이 경기장을 찾은 이래 13년 만에 왔다”고 감회를 말했다.
한국 첫 독립야구단이던 고양원더스에서 김성근 감독(현 프로야구 한화 감독)의 권유에 따라 투수코치로 지난해까지 2년간 활약하며 다시 야구와 인연을 맺은 그는 “선수에서 지도자로 운명이 바뀌긴 했으나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일을 할 뿐이고, 원더스에서 코치를 경험했기에 두산에 왔다고 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코치는 현재 1군에서 투수 분야를 책임지는 권명철·가득염 코치를 도와 보조코치로 두산의 분위기를 익히고 있다.
그는 “두산이 잘 될 수 있도록 조금이라고 보탬을 주는 게 내 몫”이라면서 “현재 선수들의 이름을 알고, 팀이 추구하는 방향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왼손 투수를 상징하는 등번호 47번을 단 이 코치의 지도자로서의 꿈은 무엇일까.
이 코치는 “선수 시절과 마찬가지로 지도자로서도 나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이었다’라는 인식을 남기고 싶다”면서 “야구에서 감각적인 부문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을 선수들에게 우기는 게 아니라 그들과 마음으로, 느낌으로 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코치는 그간 두산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왼손 투수 지도에 대해 “그런 문제를 거론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신중하게 말하면서 “주자 견제와 볼의 각도, 볼 배합 등 선수들에게 부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전체적인 부문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왼손 투수들의 투구 자세도 좋고 구속도 빠르기에 정규리그를 준비하면서 이들이 무리하지 않도록 조언을 해줄 참이라고 했다.
이 코치는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한다”면서 “놀 때 잘 놀고, 정신무장도 잘하고, 좋은 성적을 올려야 구단과 팬에게 사랑받는다는 점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은 쉽게 터득할 수 없기에 경험, 성격 등 선수들의 환경적인 부문을 잘 파악해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분야에 온 이상 내가 전력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그런 삶을 사는 것이 내 인생”이라고 자신의 삶을 정리했다.
지난 1993년 LG에서 데뷔해 2004년 SK 와이번스에서 은퇴한 이상훈 코치는 ‘야생마’, ‘삼손’ 등으로 불리며 통산 71승 40패, 98세이브를 남긴 한국의 대표 왼손 투수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와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었고, 은퇴 후 록밴드 ‘WHAT!’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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