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였던 한국 썰매, 평창서 ‘꿈은 이루어졌다’

‘불모지’였던 한국 썰매, 평창서 ‘꿈은 이루어졌다’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2-25 13:29
수정 2018-02-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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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1개·은메달 1개로 대회 마감…명실상부한 ‘강국’ 발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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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썰매의 개척자인 강광배(45) 한국체대 교수 겸 MBC 해설위원의 썰매 도전기는 눈물겨웠다.

스키 선수이던 강 교수는 우연히 루지라는 썰매 종목을 알게 됐고,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이후 오스트리아 유학 과정에서 다른 썰매 종목인 스켈레톤에 입문한 강 교수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마친 뒤 봅슬레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이다. 국내에는 제대로 된 장비나 시설이 없어 바퀴가 달린 썰매에 몸을 싣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연습했다.

강 교수를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은 2008년 아메리카컵에 ‘KOREA’ 대신 ‘USA’와 ‘솔트레이크 2002’라고 적힌 봅슬레이를 빌려 타고 출전했다.

한국 대표팀이 소유한 제대로 된 썰매도 없었지만, 있다고 해도 미국으로 장비를 옮기는 데 필요한 수백만 원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현재 한국 썰매 대표팀 선수들한테 이런 일화는 ‘보릿고개’처럼 먼 옛날얘기로 들린다.

2010년에는 봅슬레이, 스켈레톤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스타트 기록을 향상하기 위한 스타트 훈련장이 국내에 마련됐다.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남의 잔치로 만들 수 없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썰매 대표팀에도 지원을 쏟아부었다.

그와 동시에 우수 인재 발굴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최고의 장비를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외국의 유명 코치들을 대표팀에 모셔올 수 있었다.

2016년 10월에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인증을 받은 전 세계 16번째 트랙이 평창에 들어섰다.

이런 모든 노력의 결과, 한국 썰매 대표팀은 평창올림픽에서 값진 열매를 수확했다.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24·강원도청)은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썰매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다.

금메달을 목표로 삼은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는 봅슬레이 2인승에서 6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4인승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훈련에 집중하느라 2인승 출전권까지 포기한 전정린(29), 김동현(31·이상 강원도청)이 있었다.

이들 4명은 봅슬레이 4인승 경기에 나와 독일 팀과 함께 값진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불모지 소리를 듣던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수확하며 ‘썰매 강국’ 반열에 올랐다.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함께 ‘썰매 3형제’인 루지의 이번 대회 성적은 상대적으로 아쉽다.

루지 대표팀은 평창올림픽 메달 획득을 목표로 독일 출신의 아일렌 프리슈(26·경기도체육회)까지 귀화시켰지만, 메달권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한국 썰매의 남은 숙제는 ‘저변 확대’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프리슈를 제외하면 거의 예외 없이 성인이 된 뒤 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어느덧 세계 최고의 시설을 갖춘 만큼,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도 쇼트트랙 같은 ‘효자 종목’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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