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망가뜨린 TV가 26대에 이른다. 뒤돌려차기도 하고 망치로 찍고 방망이나 골프 채를 휘두르기도 한다. 텀블링하듯 몸을 굴려 발차기로 텔레비전을 박살내기도 한다. 왜 이러는데?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란다. 잉글랜드든 프랑스든, 브라질이든 독일이든 이 세상 어떤 축구 팬이라도 응원하던 팀이 지면 이러고 싶을 것이라며 자신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것이라고 흰소리를 늘어놓았다.
그저 “극장처럼 보여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꼭 이겨야 하는 경기를 놓쳤을 때 화가 난 그런다”고 했다. 미움이 아니라 “스포르팅 분노”라고 떠벌였다. 또 “쓰레기 같은 팀과 비겨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렇게 대당 400유로(약 50만원)쯤 되는 텔레비전 구입 비용을 충당하느라 “재정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경기 도중에라도 박살 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참는다며 지난해 봄 파리 생제르망(PSG)에 망신을 당한 뒤에도 경기 뒤 리뷰를 하고 나서야 TV를 깨부술 정도로 자신은 논리적인 사람이라는 식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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