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과 이고은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최근 한국도로공사의 세터 이윤정(25)과 이고은(27)의 ‘케미’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이들은 단 한 자리인 세터 포지션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면서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팀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 시즌을 시작할 때 주전 세터는 이고은이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 이고은의 활약에 따라 성적이 판가름날 것으로 내다봤다. 오프시즌 때도 이고은을 중심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들어서자 이고은은 부담감에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경기력은 매번 불안했고, 약점으로 꼽혔던 속공 등의 플레이가 나아지지 않았다. 기존에 보여줬던 도로공사의 다양한 공격 패턴이 좀처럼 나오지 않자 주전 세터 이고은에게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21일 KGC인삼공사전에서 실업팀에서 데려온 신인 이윤정을 처음 선발로 꺼내 들었다. 이는 바로 적중했다. 도로공사는 다양한 패턴 플레이로 연승 가도를 달리며 4위에서 단독 2위까지 뛰어올랐다.
도로공사는 이윤정이 슬럼프에 빠지며 중간에 이고은을 투입하는 ‘더블 세터’ 체제로 변화했다. 이윤정이 흔들리면 블로킹이나 수비가 더 뛰어난 이고은이 투입돼 경기 흐름을 바꾸는 일이 잦아졌다. 이고은이 안정감을 찾아가면서 지난 16일에는 이고은이 14경기 만에 선발로 투입했다.
두 세터는 서로 의식하고 질투할 법도 하지만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며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들은 팀 내에서 서로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눈다. 세터로서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어 더욱 의지를 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정은 이고은을 ‘고마운 사람’이라고 부른다. 이윤정은 “고은 언니는 성격도 너무 좋지만 빠른 움직임이 장점”이라며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진 언니의 플레이를 보면서 감탄을 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고은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이고은은 웜업존에서 이윤정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았다. 이고은은 “윤정이가 잘하는 점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상황마다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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