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사 워크아웃·법정관리…”중견 7∼8개 업체도 불안”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워크아웃 추진이 임박한 쌍용건설은 주택경기 침체로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작년 당기순손실은 4천114억원으로 전년 1천570억원의 두 배가 넘었다.쌍용건설은 2년 연속 적자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4월1일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한일건설도 작년에 2천9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이달 중순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두산건설의 당기순손실도 2011년 2천934억원에서 작년 6천148억원으로 커졌다. 삼호, 삼부토건, 금호산업 등 건설사들은 20011년에 이어 작년에도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범양건영, 남광토건, 벽산건설 등 3개사는 자본잠식 우려가 크다.
다른 정상 건설사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정상기업인 경남기업도 작년에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전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신세계건설과 KCC건설의 순이익은 각각 63.8%, 79.8% 급감했고 계룡건설 순이익도 전년보다 52.8% 줄었다.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상위권 대형 건설사들도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 등 7개 주요 건설사의 작년 실적은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5.0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7.98%, 순이익은 7.57% 각각 감소했다.
◇건설업 악화 ‘구조조정’ 선택 잇따라 = 작년 말까지 시공능력순위 상위 100개 건설사 중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는 총 20개이다.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3개월 동안 동양그룹과 한일건설, 쌍용건설이 구조조정의 길에 들어섰다.
시멘트를 주력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동양그룹은 건설업 침체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로 작년 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가전사업부와 섬유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워크아웃 중이던 한일건설은 최대주주 한일시멘트의 지원이 어려워지자 결국 법정관리의 길로 들어섰고, 쌍용건설 역시 최대주주 캠코(자산관리공사)와 정부의 외면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할 처지다.
반면 시공능력순위 12위 두산건설은 최대주주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게 됐다.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과 오너 일가로부터 유상증자 등 총 1조원의 자금을 수혈받기로 한 것이다. 두산건설은 이번 자본확충으로 순차입금을 8천억원 수준으로 낮추고 부채비율은 148%까지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이런 위기가 중소형 건설사뿐 아니라 상위 건설사들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쓰러지면 은행권 손실과 국내외 하청업체들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도 원가절감과 해외사업 확대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만기채 집중·침체심화…중대형 건설사 노심초사 = 건설업계에선 올해 회사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만기도래 채권이 몰려 위기 건설사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회사채 44조원 가운데 건설업이 4조4천억원으로 24.4%를 차지한다.
금융업계 추산 결과 올해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 대비 회사채와 PF관련 대출 등을 합친 총 유동성 부담액은 한화건설 1조4천억원, 한라건설 1조5천억원, 두산건설 2조4천억원, 코오롱글로벌 8천100억원, 동부건설 7천100억원, 계룡건설 4천500억원 등이다.
더구나 작년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2006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건설업 경기 침체는 더 심화해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작년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액은 101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9조원 넘게 줄어들어 새 정부 5년간 경제성장률을 1.5%포인트 떨어뜨리고 취업자 수도 12만6천명 감소시킬 것이라고 추정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들은 올해 만기 도래 채권 상환 부담이 커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시장에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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