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회수안된 옛 지폐 1조4천억원…1인당 3만원

아직 회수안된 옛 지폐 1조4천억원…1인당 3만원

입력 2013-04-22 00:00
수정 2013-04-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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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권 붉은색 1천원짜리 회수율 20% 미만 그쳐

한 시중은행 강남지역 지점의 이모(28) 대리는 지난해 말 고객의 돈을 교환해주다 깜짝 놀랐다. 손님이 창구에 내민 1천원짜리가 붉은색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통용되는 1천원은 푸른색이다. 이 대리는 “본지 너무 오래돼 외국 돈이나 위조지폐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손님이 내민 지폐는 2005년 제작이 중단된 옛 1천원권이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구 은행권(구권) 3억4천491만장이 아직 회수가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화폐의 액면가는 총 1조4천432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구권은 현재 도안으로 바뀌기 직전 지폐들이다. 뒷면에 도산서원이 그려진 천원권, 오죽헌의 오천원권, 경회루의 만원권을 말한다. 현재는 각각 계상정거도, 신사임당 초충도, 혼천의 등으로 교체됐다.

가장 회수가 안된 구권은 천원권이다. 2억775만장(2천77억원)이 시중에 있다. 그다음이 만원권으로 1억994만장(1조994억원)이다. 오천원권(2천722만장·1천361억원)도 제법 남았다.

신권 발행 당시 구권 장수를 기준으로 한 미회수율로 봐도 천원권이 19.4%로 가장 높다. 5장 중 1장을 못 거둬들인 것이다. 오천원권은 16.7%, 만원권은 4.8%다.

천원권과 만원권은 2007년 1월 처음 나왔다. 오천원권은 2006년1월 선뵀으니 각각 6~7년씩 수명을 연장한 셈이 된다. 이 돈들은 어디로 갔을까. 가장 확실한 대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권을 바꾸는 고객을 보면 잊었던 비상금을 들고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간혹 헌 옷 수거업체나 외국인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화재·침수 등으로 아예 사라진 지폐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총액 1조4천여억원을 국내 인구로 나누면 일 인당 3만원의 구권을 갖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행법상 옛 돈이라도 영구적으로 사용·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면적이 찢어져 사라지는 등 훼손된 경우엔 교환액이 적어질 수 있다. 2005년 조사된 구권의 평균 수명은 천원권 29개월, 오천원권 28개월, 만원권 68개월이다.

한은 발권국 정상덕 팀장은 “옛 지폐가 생소한 젊은 세대는 거래를 꺼리는 경우가 있고 일부 자판기 역시 신권만 사용 가능하다”며 “경제생활에 제약이 따를 수 있는 만큼 구권을 발견하면 가까운 은행에서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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