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만 경영 공기업에 ‘메스’

정부, 방만 경영 공기업에 ‘메스’

입력 2013-07-08 00:00
수정 2013-07-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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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방향’을 내놓은 것은 공공기관의 누적된 부채와 방만 경영을 그대로 두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용과 매출액, 기능적인 측면에서 295개 공공기관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정부는 이런 차원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공기관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효율성과 책임성, 투명성 등 3대 지표를 제고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공공기관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함으로써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누적 부채·방만 경영에 국민적 비판

올해 기준으로 295개 공공기관의 총 예산은 574조7천억원으로 정부 예산(349조원)의 1.7배에 달한다.

25만4천명을 고용하는 이들 공공기관의 매출액은 181조원으로 삼성전자(141조원)의 1.3배다.

공공기관은 에너지와 사회간접자본(SOC), 의료, 사회복지 등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부분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누적된 부채와 방만한 경영 등으로 국민들의 시선은 비판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의 총부채는 493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62조원) 대비 34조4천억원이 늘어난 수준으로 순증 규모는 줄었지만 이미 총액 규모가 너무 커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도한 성과급 등 방만 경영 사례도 수차례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임차보증금을 직원에게 공짜로 주거나 결원의 인건비를 직원 성과급으로 집행한 사례도 최근 적발된 바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원전 납품 비리로 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공공기관 관리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도 수차례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기관에 대한 관리가 단기적, 개별적으로 이뤄져 중장기·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자율·책임경영 체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무 부처의 간섭도 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율권 확대하되 책임성 강화로 ‘정책 전환’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공기관’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효율성과 책임성, 투명성을 3대 개편 원칙으로 삼았다.

효율성은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의 기능을 상시 점검하고 시장화 테스트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협업을 활성화해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실질적인 자율·책임 경영 체제를 만들 수 있도록 경영 환경을 바꿔주고 기관의 경영 혁신도 추진하기로 했다.

실질적인 자율 경영 기반을 구축하고 책임 경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강화하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 등 측면에서 창조 경제 지원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경영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투명성도 증대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데이터 공개 범위를 늘리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공공기관의 운영 방식은 국민·현장·협업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공공서비스 수요자인 국민 개개인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바꾸고 현장 목소리를 더 많이 듣기로 했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공급자 중심의 ‘칸막이’ 체제에서 협업을 중시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관리 체계도 구조조정이나 통제 위주에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체계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 “공공기관 부채 정부 책임도”

정부는 합리화 정책이 실행되면 공공기관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등의 역할이 재정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실질적인 자율책임경영체계 구축으로 방만 경영이 줄어들고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공공기관 관리나 제도 관련 사항에 보다 중점적으로 활동하게 될 예정이다.

공공기관 간 협업이 증대되면 국민 입장에선 공공 서비스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영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잡한 임원 선임 절차는 실효성에 부정적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어느 한 과정을 줄인다고 해서 낙하산이 완전히 정리될지는 의문”이라면서 “제도나 문화 변화가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정부가 해야 할 역할 중 일부를 공공기관이 대신하다 보니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서 “구분회계 도입이나 사후 심층평가 등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사업을 사전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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