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간 세수부족 20조원 전망…법인세 특히 부진경기침체로 기업실적 악화…하반기도 안심못해
올해 국세 수입이 곳곳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국세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 법인세의 작년대비 실적이 크게 추락하면서 올 상반기에만 10조원의 펑크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국세 수입은 지난해 대비 20조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경기침체가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구조적인 문제점도 세수 악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목별로는 법인세의 세수 부진이 두드러진다. 기업들의 실적악화와 더불어 법인세율 인하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기대 대로 하반기 경기가 호전된다고 해도 관련 세수는 상당 부분 내년에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 세수 부진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세수 악화는 경기침체에 구조적 문제 영향
세입부진의 첫째 원인은 경기침체다. 2010년 하반기부터 세수산정의 기준이 되는 민간소비, 수입액 등 주요 경제지표가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여건 부진은 세입 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공개한 2012 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의 세입부진이 경기적 요인에 경기 외적인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최근 8분기 연속 전기 대비 성장률이 0%대에 머무는 저성장세를 보이면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관세 등 거의 모든 세목의 5월 누계 세수가 전년 실적보다 적었다.
가장 차이가 나는 세목은 법인세다. 올 1~5월 법인세 징수액은 19조9천3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조3천441억원이나 적었다. 국세청의 전년 동기 대비 세수 결손액 9조83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다음으로는 부가가치세가 23조4천44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조8천271억원 줄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감소분을 합하면 6조1천712억원으로 전체 감소분의 69%를 차지했다.
증권거래세도 주식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전년에 비해 4천381억원 줄었고, 소비 위축으로 인해 개별소비세도 523억원이 감소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세도 각각 6천957억원, 1천393억원 줄었다.
세수가 증가한 항목은 소득세(3천329억원), 종합부동산세(471억원), 인지세(97억원) 뿐이었다.
한양대 오윤 교수는 “주요 세원인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가운데 경기에 가장 민감한 것이 부가가치세인데, 예년에 비해 징수 진도가 저조하다”며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져도 소득세, 법인세는 (징수에) 시차가 있는 만큼 이미 추세가 꺾였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경기 외적인 문제도 세수 부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적했다.
우선 자산시장 침체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증권거래세, 상속·증여세 등 관련 세수의 부족 문제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종합부동산세는 34.7%, 증권거래세는 40.2%, 상속·증여세는 32.3%의 징수율을 기록해 평균치를 밑돌았다.
2008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자산 관련 세수가 총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5.1%에서 2012년 10.2%로 하락했다.
자산가격이 오르면 관련 조세수입이 크게 늘어나지만 자산가격이 내리거나 정체할 때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밖에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국세수입의 변동성이 커져 세수 전망을 어렵게 한 것도 세수가 예상치를 밑돌게 한 것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 법인세수 유독 부진…기업실적 악화·세율인하 탓
올해 세수 중에 감소폭이 가장 두드러지는 세목은 법인세다.
5월 기준 법인세의 세수 진도비는 43.4%로, 작년 5월 진도비 52.9%와 비교하면 거의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법인세 징수 저조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기침체다. 국내외 경기 악화로 작년 조선, 화학, 건설, 해운 등 주요 업종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법인세는 작년 수익을 바탕으로 올해 부과하므로 작년 실적 부진이 올해 세입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올해 법인세 세수 전망은 기업들이 3월 발표한 2012년 사업보고서에서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성공에 힘입어 법인세 비용이 6조697억원으로 전년(3조4천328억원)보다 두 배로 뛰었고 현대자동차는 국외 시장점유률 확대로 법인세 비용이 2조3천422억원에서 2조5천488억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대다수 대기업은 경기침체 여파로 상당수가 지난해 실적 쇼크를 입은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종인 SK이노베이션은 법인세 비용이 같은 기간 1조1천328억원에서 5천63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었고, 조선 업종인 현대중공업은 1조1천328억원에서 4천152억원으로 63%나 감소했다.
중견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도 경기침체의 타격을 더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상당수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전년도 9월 발표하는 정부의 세수 전망은 이전 년도 징수실적과 경기상황을 토대로 추계하기 때문에 실제 기업실적과는 동떨어질 수 있다.
예산정책처는 이밖에 경기 외적으로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기업의 영업잉여 대비 법인세 비중 하락이 세수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과표 2억초과 200억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율은 22%에서 20%로 낮아졌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이전에도 경기침체가 있었지만 법인세수가 최근처럼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며 “기업 이윤이 늘어도 법인세가 그만큼 늘지 않는 것은 법인세 인하 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 여건도 어려워…경기회복에 기대감도
상반기 세입 부진이 하반기에 호조세로 돌아설지는 불확실하다.
유럽의 경기침체 지속과 미국의 출구전략 예고,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 경제 대내외적으로 암초들이 곳곳에 도사리는 상황이다.
가장 미진한 법인세 징수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8월 말까지 법인세 예납신고를 하고 반년치 법인세를 먼저 납부한다.
이때 일부 기업은 전년도 실적이 아닌 상반기 중간결산을 토대로 법인세를 예납하는데 아베노믹스 등 경제여건 악화로 대다수 기업의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이 문제다.
코스피 상장기업 중 1분기 영업이익 상위 20개사 중 15개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작년 동기보다 나빠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9조5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 10조2천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6월 한 달 새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135개사 중 3분의 2인 88개사(65.2%)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조정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면서 세수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추경과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11일 성장률을 종전 2.6%에서 2.8%로 수정했다. 하반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살아날 것으로 본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세수 부족이 일단 규모가 커 보여 배경과 이유, 전망에 대한 종합검토를 하고 있다”며 “하반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데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기재위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정부는 하반기 경제상황을 낙관하고 있지만,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목표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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