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日 추가 양적완화, 韓수출에 타격 우려”

전문가들 “日 추가 양적완화, 韓수출에 타격 우려”

입력 2014-10-31 00:00
수정 2014-10-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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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 필요 지적

경제 전문가들은 31일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이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저 기조가 심화하면 국내 수출기업이 일본 기업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각각의 대응력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엔 환율에 정부가 적절한 개입을 통해 환율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또 선진국의 통화별 가치의 차이가 확대되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일본 경제가 생각보다 안 좋다는 것이 이번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으로 확인됐다.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에는 긍정, 부정적 요소가 혼재돼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우선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우리 경제에도 좋다. 추가적 양적완화가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다면 긍정적이다.

문제는 환율이다. 엔저에 따른 경쟁 효과 때문에 한국의 기업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 엔·원 환율을 적정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외환당국이 개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도 기축통화가 아닌 경우, 자유 변동환율이 아니라 관리 변동환율 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원·엔 환율에도 관리변동적 관점을 도입해 적절한 개입을 통해 환율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율 문제만 조절한다면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엔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출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이 최근까지는 엔화 약세에도 수출 단가를 그만큼 내리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수출 단가 자체를 내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의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불황형 경상흑자’로 수익성은 낮지만, 매출 자체는 영향을 덜 받았는데, 앞으로는 수익성뿐 아니라 아예 매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국내에 원·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만큼 달러화 강세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 외에 별다른 충격은 없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파급이 큰 금리로 환율을 조정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선진국 경기가 안 좋아서 미국과 일본, 유럽이 차별화되는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선진국 통화별로 가치의 차이가 많이 나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질 수 있다.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일본은행 양적완화는 당연히 예상됐던 부분이다. 소비세 인상을 제외하면 순수한 물가상승률은 1.1%에 그치고 있어 물가를 높이려고 양적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2017년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슈퍼 달러-엔저가 3년 정도 갈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로서는 원·엔 환율 하락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원·엔 환율이 10% 떨어지면 수출은 3~4% 줄어드는 효과 있다.

금융시장도 계속 요동칠 수 있다. 오늘 원·달러는 일단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팔고 나간 게 영향을 미쳤을 텐데, 계속 원·달러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엔화 약세 속도가 더 빨라질 거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대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모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2~3년 계속해서 우리 경제를 괴롭힐 것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의 양적완화로 엔·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것은 우리가 막을 수 없다. 자유 변동환율제가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당분간 국가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내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마다 경제상황이 다르고 상황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용 등 경제상황은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매파 기조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다시 양적완화를 통해 미국과 반대로 가면서 한국도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우리 상황에 맞는 독자적인 기조로 가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엔저로 일본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많이 좋아졌다. 일본의 양적완화 효과가 당분간 지속하면서 일본 수출기업이 가격경쟁뿐만 아니라 투자나 생산확대에까지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수출기업은 중국에 이미 경쟁력이 뒤지고 있는데 일본과의 경쟁 치열해지면서 수출에 대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 부장

일단 엔·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엔저가 더 강화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엔저가 심해진다는 것은 결국 수출기업에 좋지 않은 영향으로 돌아올 것이다. 원화가 같이 올라준다면 다행이다.

엔저 심화에 대해 한국으로선 사실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결정되는 엔·달러 환율에 한국이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기업들이 대응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환변동보험 등으로 각자 대응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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