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통큰’ 배당 확대…환류세 부담 더는 포석도

현대차 ‘통큰’ 배당 확대…환류세 부담 더는 포석도

입력 2015-01-22 15:54
수정 2015-01-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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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이어 주주친화 정책 일환

현대자동차의 배당 확대는 주주친화 정책으로 곤두박질친 주가를 끌어올리고 정부의 내수 경제활성화 취지에 맞추면서 기업소득환류세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다각적인 포석이 깔려있다.

현대차는 22일 작년 연간실적을 발표하면서 보통주 한주당 3천원씩 총 8천173억원을 현금배당키로 했다. 작년에 주당 1천950원씩 총 5천344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에 비해 54% 늘어난 수치다.

최근 4년간 6∼7% 수준이었던 배당성향도 11.1%로 뛰었다.

현대차는 이번 결산배당 확대에 이어 올해 상반기 실적이 확정된 이후에는 중간배당을 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중간배당을 하는 것은 그룹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런 배당확대는 무엇보다 최근 그룹 계열사의 주가하락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 점이 고려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한전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량인 10조5천500억원에 낙찰받은 이후 주주의 이익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주가도 급락했다.

당시 부지 매입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그동안 배당에는 인색했던 점도 투자자들의 등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현대차의 배당수익률(1주당 배당액/주가)은 0.8%에 불과했다.

최근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추진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이 무산되자 계열사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배당을 늘리겠다는 뜻을 밝히며 적극적인 주주 친화정책으로 돌아섰다.

현대차는 한전부지 매입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각하는 사태가 지속하자 4천600여억원을 들여 전체 발행주식의 1%에 달하는 자사주를 취득하며 ‘주주 달래기’를 실천으로 옮겼다.

주주친화 정책과 아울러 16일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서 현대차가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며 부담을 덜게 된 것도 배당확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배당 수준도 배당 강화에 나서게 된 한 배경이 됐다. 현대차 이원희 재경본부장은 이날 실적발표에서 “지속적으로 배당을 확대해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평균 수준까지 올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주요 완성차업체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다임러 벤츠 3.3%, 포드 3.2%, BMW 3.1%, 도요타 2.7%, 폴크스바겐 2.6% 수준인데 반해 현대차는 이번 배당확대에도 1.8% 수준에 그친다.

아울러 현대·기아차의 세계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9.5%에 이르지만 세계 30개 완성차 회사의 시가총액 1천153조원중 현대·기아차는 5.1%인 60조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평가된 것도 배당확대의 한 배경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 저평가의 핵심요인은 낮은 배당성향에 있다”며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그만큼 투자매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배당 확대는 지난해 7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내수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소득 환류 세제, 배당소득 증대 세제 등 배당 독려정책을 쏟아냈을 때부터 예견된 바 있다.

이번 배당확대로 현대차는 기업소득환류세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의 투자·임금증가·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 10%의 세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CEO스코어 분석에 따르면 2013년말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의 11개 과세 대상 계열사가 내야 할 기업소득환류세 추정액은 5천547억원으로 기업집단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배당성향을 10%에서 20%로 두배 올리면 세액은 4천416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낙찰받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기업소득환류세 세제상 유형고정자산 투자로 인정될지 여부도 현대차의 세액 규모가 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당 확대에 이어 다음달중 한전부지 매입이 환류세제에서의 ‘투자’로 인정되면 현대차그룹은 소득 중 투자·임금 증가·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곧이어 실적을 발표할 다른 기업에도 적지 않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3일 실적 발표 예정인 기아차도 현대차를 따라 배당 수준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특별배당금 성격으로 배당규모를 작년보다 30∼50%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KB금융,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도 배당 확대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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