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세습도 문제…‘황제경영’ 견제 장치 제도화 필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28) 씨의 술집 종업원 폭행 사건을 계기로 재벌 2, 3세들이 과거 ‘갑(甲)질 폭행’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행태들이 다시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5일 재계와 경찰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의 아들 동선 씨는 이날 새벽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 두 명의 머리를 때린 혐의(폭행)로 경찰에 입건됐다.
김 씨는 청담동 바에서 술에 취해 남자 종업원 2명의 뺨과 머리를 때린 것도 모자라 경찰서로 향하는 순찰차에서도 유리문을 걷어차는 등 난동을 부리고 경찰에게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오너 2, 3세가 폭행 또는 난동을 부린 사건은 잊을 만하면 터지곤 했다.
바로 며칠 전에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34) 이사가 지난달 27일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 있었다.
장 이사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종업원과 시비가 붙어 진열장에 물컵을 던져 양주 5병을 깨는 등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입건됐다.
장 이사의 생일 케이크를 술집에 대신 사오게 한 뒤 거스름돈을 받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었다.
자신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행 등 갑질을 일삼은 행태도 여러 건 있었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47) 현대 BNG스틸 사장은 최근 3년 동안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이상 일하게 하고, 이들 중 한 명을 폭행한 혐의로 최근 약식기소됐다.
정 사장은 A4 용지 140여장 분량의 매뉴얼을 만드는 등 운전기사들에게 갑질을 해온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해욱(49) 대림산업 부회장도 2014~2015년에 자신의 운전기사 2명에 대해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최근 검찰에서 벌금형 약식기소를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벌가의 행태가 잘못된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어릴 때부터 ‘나는 다르다’는 특권의식을 갖고 자라서 그런 의식이 몸에 배어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기보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 경우 자신이 하는 행동이 다 인정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스스로 무시당한다고 여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에 아직 서열주의 문화가 남아 있고 그 서열이 권력이나 부, 자신이 가진 백그라운드로 만들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내가 누군데…’라는 의식에서 비롯된 행동들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벌들의 경영권 세습이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도덕성과 자질이 부족한 측면이 이런 일로 드러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재벌들이 잘못된 금권력이나 편법승계를 통해 경영권을 세습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런 식으로 부를 이어가다 보니 경영마인드나 기업윤리 등 기본적인 자질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반재벌 정서가 커지면 잠깐 사과하고 상황을 모면하면 다시 ‘황제 경영’으로 돌아서는 것”이라며 “재벌가의 성품 자체가 문제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배구조 개선이나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 등 황제 경영을 강력히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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