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유아 항생제 처방 1위…“노르웨이의 7.6배”

한국, 영유아 항생제 처방 1위…“노르웨이의 7.6배”

입력 2017-01-19 06:41
수정 2017-01-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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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만 2살이 될 때까지 1인당 연평균 3.41건의 항생제를 처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적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노르웨이의 0.45건보다 7.6배나 높은 수치다.

박병주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세계 6개국(한국,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미국)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1인당 항생제 처방 건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08∼2012년 사이 6개국에서 항생제를 한 번이라도 처방받은 적이 있는 만 2세 이하 영유아 총 7천400만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 한국 영유아의 항생제 처방 건수는 1인당 3.41건으로 비교 대상국인 이탈리아(1.50건), 스페인(1.55건), 미국(1.06건), 독일(1.04건), 노르웨이(0.45건)를 압도했다. 비교 대상국 중 영유아 항생제 처방이 가장 적은 노르웨이와 비교하면 한국의 처방건수는 7.6배에 달했다.

특히 한국은 가장 기본적인 1차 항생제로 평가받는 ‘페니실린’ 처방률도 유일한 한 자릿수인 9.8%로 꼴찌였다. 반면 다른 나라의 페니실린 처방률은 노르웨이 64.8%, 독일 38.2%, 미국 31.8%, 스페인 27.7%, 이탈리아 16.5% 등으로 한국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의 페니실린 처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그만큼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진 균이 많아 이보다 강력한 항생제를 많이 쓰고 있다는 얘기다.

박병주 교수는 “한국의 항생제 오남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아직도 서구 선진국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의사나 환자 모두 항생제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항생제 오남용의 가장 문제는 내성균이다. 따라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항생제를 쓰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최대 효과를 거두는 방법으로 적절히 사용해야만 내성균이 나타나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앞으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항생제가 없던 시대로 돌아가 자신의 면역력이나 운에 기대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항생제는 세균 이외의 감염증, 즉 바이러스가 주원인인 감기에는 효과가 없는 만큼 감기에 항생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 항암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감기에 대한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률은 2014년 기준으로 44%에 이른다. 2002년 73.3%에 비하면 많이 감소했지만, 아직 호주(2009∼2010년 32.4%), 대만(2005년 39%), 네덜란드(2008년 14%) 등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일 세균감염이 의심돼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면 정해진 용법에 따라 정해진 기간에만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세균감염 때문에 생긴 대부분의 증상은 항생제 치료 후 수일 내에 좋아지지만,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감염증을 일으킨 세균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면서 “증상이 좋아졌다고 자의로 항생제를 중간에 끊는 일이 반복되면 항생제에 노출됐던 세균이 살아남기 위해 내성을 획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소아과학 저널(THE JOURNAL OF PEDIATRICS)’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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