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 중 30%대는 유일…첫 주택 마련 ‘10년 이상’ 가장 많아
높은 주택가격 탓 결혼·출산 미뤄 저출산 심화 지적도서울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A(39) 씨는 6년 전인 2011년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A 씨는 물론 아내인 B 씨까지 공공기관에 근무해 부부 모두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내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첫째에 이어 둘째가 태어나니 꿈이 가까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멀어지는 듯했다.
이런 와중에 회사에서 지방근무 기회가 생기자 A 씨 부부는 미련없이 지방행을 결정했다. 서울에서는 그렇게 어렵던 내집 마련에도 성공했다.
언젠가는 다시 서울 본사로 돌아가겠지만 A 씨 부부는 지금 현재 넓은 녹지 공간과 편리함으로 채워진 ‘새 아파트’에서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서울 지역 30대 가구주 가운데 보유 주택이 있는 이는 3명 중 1명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주택소유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 지역 주택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데다 가격 상승세 역시 가파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출산과 육아 등으로 첫 집 장만을 꿈꾸게 되는 30대 중 주택소유가구 비중은 2015년 기준 42.4%였다. 10명 중 4명가량이 ‘내집’을 보유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전국의 30대 가구(가구주 기준)는 327만9천 가구였고,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39만 가구였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서울의 30대 가구는 71만3천 가구였지만 주택소유 가구는 23만7천 가구에 그쳐 주택 소유가구 비중은 33.3%에 그쳤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9.1%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서울 30대 가구의 주택소유 비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30%대를 기록했다.
서울 다음으로 낮은 강원(41.2%)과 제주(41.6%), 경기(41.8%), 대전(42.5%) 등도 40%를 웃돌았고, 대구(44.9%), 세종(45.1%), 충남(45.3%), 경북(45.6%) 등은 45% 내외였다.
인천(46.2%), 광주(46.3%), 전북(46.5%), 전남(46.7%), 부산(47%), 충북(47.3%) 등에 이어 경남(50.3%)과 울산(53.3%)만 50%를 넘었다.
전국과 서울 30대 가구의 주택소유 비율 격차(9.1%포인트)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도 유독 큰 편이다.
전국과 서울의 연령대별 주택소유 비율 격차는 20대 4.1%포인트(전국 14.1%-서울 10%), 40대 5.6%포인트(전국 57.6%-서울 52%), 50대 5.6%포인트(63.4%-57.8%), 60대 3%포인트(69.9%-66.9%) 등이었다.
70대의 경우 전국이 67.8%, 서울이 68.3%로 서울 가구의 주택보유 비율이 오히려 높았다.
서울 30대 가구의 주택소유 비율이 유독 낮은 것은 서울의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데다 20∼30대 취업 이후 종잣돈 마련에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의 ‘2016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가구주가 된 이후 생애최초주택 마련까지 걸리는 시간을 표본 분석한 결과 ‘10년 이상’이 3명 중 1명인 33.2%로 가장 많았다.
‘1년 미만’이 26.1%, 5∼10년은 21.4%, 3∼5년은 10.2% 등의 순이었다.
즉 부모 등의 도움을 받아 결혼 직후 집을 산 경우가 아니라면 적어도 5년, 길게는 10년 이상 노력해야 겨우 자기 집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처럼 내집 마련의 꿈조차 실현하기 쉽지 않아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게 되고 이는 다시 저출산이라는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기준 서울의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가 33.2세, 여자가 31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이 다른 지역보다 부동산 가격이 훨씬 높고, 20∼30대는 자산 축적 기간이 짧으니 주택 소유가구 비중이 낮게 나오는 것”이라며 “이처럼 주거비가 과도하다고 느껴지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데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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