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다보스 가는 트럼프/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다보스 가는 트럼프/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8-01-12 17:34
수정 2018-01-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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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를 좇는 것은 어두운 방 안에 자신을 가두는 일이다. 우리는 세계화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으며 이러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역설한 이 발언의 주인공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17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개막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단지 세계화의 수혜자가 아니라 공헌자”라며 세계화를 이끄는 새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반세계화 공세를 펼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당혹감을 느끼던 다보스포럼 측이 시 주석의 전폭적인 지지에 환호한 건 당연했다.
다보스포럼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1월 중하순 스위스의 산간 마을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은 각국의 정·재계 인사, 학자들이 세계화의 기치 아래 경제 현안을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회합의 장이다. ‘부자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는 거물들이 총집결하다 보니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분절된 세계에서 공동의 미래 만들기’를 주제로 오는 23~26일 열리는 행사에도 국가 정상급 인사 60여명을 비롯해 2500여명이 참석한다.

시 주석이 지난해 다보스포럼의 ‘슈퍼스타’였다면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할 공산이 크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등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 가는 건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18년 만이다.

미국은 다보스포럼을 ‘미국 우선주의’를 설파하는 자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므누신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다보스포럼을 세계화주의자들의 집합소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에 좋은 경제가 다른 나라들에도 좋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산실인 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를 주창하겠다는 트럼프의 배포는 인정할 만하나 가뜩이나 유럽에서 비호감인 이미지에 득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당장 스위스 시민단체 컴팩스는 “미국이 우선이 아니라 전 세계가 우선이어야 한다”며 트럼프 보이콧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귀빈 대접을 받은 시 주석과 달리 불청객 취급을 당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이 글로벌 판도의 변화를 실감 나게 한다.

coral@seoul.co.kr
2018-01-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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