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명 태우고 활주로 이탈…30여명 병원 이송, 3명 중상
남아메리카 대륙 동북쪽에 있는 가이아나에서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한 여객기가 두 동강이 났으나 160여명의 탑승자 모두 생명을 건지는 ‘기적’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
가이아나 수도 조지타운의 체디 자간 공항에서 30일 오전 1시30분께(이하 현지시각) 승객 157명과 승무원 6명 등 모두 163명을 태운 트리니다드 토바고 국영항공사인 카리브항공 여객기 523편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했다.
보잉 737-800 기종의 이 여객기는 공항 경계에 처진 철조망을 잇달아 들이받았고, 2천200m 길이의 활주로를 벗어나 울창한 숲이 있는 협곡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앞쪽 3분의 1 정도가 부러지면서 기체가 두 동강 났으나 163명의 탑승자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고 가이아나 정부와 항공사 관계자들이 전했다.
사고 여객기는 29일 밤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을 이륙해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거쳐 이날 새벽 가이아나에 도착했다.
탑승자 대부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다른 비상 장비도 없이 기체 뒷부분의 비상구를 이용해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탑승자는 착륙 직후 여객기가 다시 이륙을 시도하는 것처럼 속도가 빨라졌으며 기내에서 가스 냄새를 맡았다고 증언했다.
동트기 전 일부 각료들과 사고 현장에 도착한 바라트 자그데오 가이아나 대통령은 “여객기가 60m 깊이의 협곡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면서 “하마터면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뻔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레슬리 람사미 가이아나 보건 장관은 “30명 이상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심각한 부상자는 3명 정도”라면서 “이들은 정말 가장 운이 좋은 승객들”이라고 말했다.
조지 니콜라스 카리브항공 회장은 체디 자간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단이 31일 현장에 도착해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가이아나와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지원을 받아 사고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사고로 체디 자간 공항이 이날 오전 한때 폐쇄돼 수십 대의 항공기 운항이 지연됐지만 낮부터 정상 가동됐다고 관계 당국이 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