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사태로 공공기관 재택근무ㆍ자율 출퇴근제
지난 주말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한 폭염과 폭풍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긴급 복구작업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주(州) 북부를 비롯한 수도권 인근 수십만 가구가 여전히 정전 상태인데다 강풍에 쓰러진 나무로 일부 간선도로가 통제되고 신호등 고장도 잇따르면서 출근길 혼란이 이어졌다.
특히 독립기념일(7월 4일)을 전후로 강력한 폭풍이 또다시 몰아닥칠 것으로 예보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한여름 ‘공포’에 떨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정전가구는 지난주말 최고 150만여 가구에서 이날 오전 49만2천가구로 크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4가구당 1가구에 전기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 등 이번 폭풍의 피해권에 들어간 지역을 모두 합치면 정전가구는 186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역별로는 맥클린, 폴스처치, 애난데일 등 한인 밀집지역이 몰려있는 북부 버지니아가 15만2천여가구로 가장 많으며,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와 워싱턴DC에도 각각 5만9천여가구와 4만7천여가구가 정전 상태다.
북부 버지니아주의 전력업체인 ‘도미니언’ 관계자는 “대부분의 가구는 3일까지 전기가 공급되겠지만 완전 복구는 이번 주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주민 상당수가 휴가를 떠나면서 이날 수도권 출근길은 비교적 한산했으나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와 버니지아주 페어팩스 등에서는 도로 통제와 신호등 고장으로 곳곳에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연방 정부기관들은 이날 모두 정상업무에 나섰지만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나 자율 출퇴근을 하도록 권고했으며, 상당수 학교는 정전 등을 이유로 여름학교 일정을 오는 3일까지 취소했다.
폭풍 피해에 화씨 90도(32℃)가 넘는 폭염이 며칠째 계속되면서 이날도 수도권 인근의 주요 대형마트들은 얼음과 생필품을 구하는 주민들로 내내 북적거렸다.
직장 관계로 워싱턴DC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대 한인 회사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폭염에 정전까지 겹치면서 최근 태어난 딸의 건강이 걱정돼 일단 호텔로 피신했다”면서 “빨리 복구가 돼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폭풍 피해가 심각한 주민들은 인근 친척이나 친구들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가 하면 일찌감치 여름휴가를 떠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립기상청(NWS)은 이번주에도 수도권에 간헐적으로 폭풍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오는 4일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급 폭풍 가능성이 있다며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연방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밤 발생한 폭풍으로 수도권과 뉴저지, 켄터키, 오하이오 등에서 모두 17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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