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옹호 공개서한에 150여명 서명…”대통령 등에 전달 예정”
러시아 볼쇼이 극장 단원들이 발레 예술감독에 대한 황산 테러 혐의로 구속된 발레리노 구명 운동에 나섰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볼쇼이 단원들은 발레 예술감독 세르게이 필린(42)에 대한 황산 테러 주도 혐의로 구속된 주연급 무용수 파벨 드미트리첸코(29)를 옹호하는 공개서한을 대통령, 총리, 볼쇼이 극장 후원회, 언론 등에 보낼 예정이다. 공개서한에는 벌써 150명 이상의 단원들이 서명했다고 극장 관계자는 전했다.
단원들은 서한에서 피의자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무죄 원칙이 지켜져야 함에도 수사 당국의 사전 조사 결과가 언론에 공개되는 등 피의자에 불리한 편파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원들은 또 극장 지도부가 수사 불개입 원칙을 천명하고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논평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극장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대해 외부 압력이 가해지고 파벨이 그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너무나 많은 추정이 난무하고 명확한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위한 공적수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개서한이 드미트리첸코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필린에게 등을 돌리기 위한 것은 아니라면서 “그러나 현재 세르게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아 가고 있고 파벨은 벼랑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서한 작성 이유를 설명했다.
드미트리첸코와 공범 2명 등은 앞서 7일 필린 테러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드미트리첸코는 법정에서 “필린이 극장의 수익금을 무용수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에 화가 났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다만 그는 “필린의 얼굴에 황산을 뿌리라고 (공범들에게) 시키지는 않았다”며 공범들이 필린을 혼내주겠다고 해 동의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드미트리첸코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볼쇼이 발레리나 안젤리나 보론초바를 필린 감독이 주연급 역할에서 제외해 드미트리첸코가 필린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보도했다.
2002년 볼쇼이에 합류한 드미트리첸코는 ‘폭군 이반’에서 이반, ‘백조의 호수’에서 악마 로트바르트 등 주역을 맡아 옛 소련 시절 볼쇼이의 영광을 재현할 무용수로 주목받아왔다.
한편 독일 병원에서 치료중인 필린 감독을 면담한 변호인은 필린의 상태가 좋으며 그가 조만간 일터로 복귀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필린은 용감한 사람으로 테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극장으로 돌아가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 시기를 밝히긴 어렵지만 치료가 끝나는 대로 극장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부터 볼쇼이 발레단 예술 감독을 맡은 필린은 지난 1월 귀갓길에 모스크바 자택 인근에서 황산테러를 당해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현재 독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