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토지소유권 보장…호적 통폐합 불평등 해소 최저임금 상향·사회안전망 확충…서민주택 공급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은 이른바 ‘383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농민들에게 토지 소유권을 일정부분 보장하는 토지제도 개혁안을 제시했다.앞으로 2년 내에 농민이 토지 이용권을 담보로 금융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오는 2020년 이전에 토지시장 개방에 착수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런 방안은 일종의 공동 토지 개념인 농촌 집체토지를 시장화하는 첫발을 내딛는 의미가 있다. 일각에선 양도, 처분권까지 포괄적으로 부여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 농촌에선 개발을 위한 토지수용 과정에서 농민과 지방정부가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집체토지의 소유권과 이용권의 경계가 애매해 나타나는 문제다.
이 문제는 최근 국가 체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지난달 중국 남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외곽에서 소형 작업장을 운영하던 농민이 작업장을 부수려는 철거반원과 가족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분신자살을 했다. 국제 인권단체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중국에서 최소 39명의 농민이 유사한 형태의 극단적인 저항을 택했다.
◇ 불평등 호적제도 손본다 = 중국에는 60여 종의 후커우(戶口·호적)가 존재하고 있다. 이런 호적제도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약하고, 사회 복지의 불평등 원인이 되고 있다.
2억5천만명에 이르는 농민공이 도시로 이주했지만, 가족은 함께 거주지를 옮길 수 없는 상황이다.
머무는 지역의 후커우를 얻지 못한 도시 농민공은 임금과 사회보장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가 역점 추진하는 신형 도시화는 농민공의 도시 유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3중전회에서 논의되는 호적제도 통폐합 논의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뿐만 아니라 도시화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의미가 있다.
노동자들의 소비를 자극해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부수적인 기대효과로 꼽힌다.
일부 지방정부들은 이미 후커우 취득을 자유롭게 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다만, 호적제도 개혁에 따라 농민공들에게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넓혀주려면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이 크게 가중되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 공공주택 공급…서민 주거난 해소 =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9일 당 정치국 집단학습을 주재한 자리에서 서민 주택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인민의 기본 주거 요구를 만족하게 하는 것이 사회 공평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까지 3천600만 가구의 서민주택을 건설하는 방안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중국에서 서민주택은 보장방(保障房·서민용 저가 분양 및 임대 주택)이라고 불린다. 보장방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되는 ‘경제실용방’(經濟實用房)과 임대료가 주변보다 싼 임대주택으로 나뉜다.
하지만, 좋은 입지 조건의 보장방이 정작 집이 필요한 저소득층이 아닌 관리와 그 친인척 등 특권계층에게 흘러들어 가는 현상이 일상화되면서 서민 사이에서 불만이 높다.
공공주택 대책과 함께 부동산 시장 거품 제거 방안도 3중전회에서 논의될 과제다.
◇ 소득분배 개혁, 사회안전망 확대 ‘난제’ = 토지·호적제도 개혁이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면 소득분배제도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초 ‘소득분배제도 개혁 심화 방안’을 통해 중산층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쑤하이난(蘇海南) 중국 노동학회 부회장 겸 임금전문위원회 회장은 “중국의 빈부 격차 문제는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이는 사회안전성을 붕괴시킬 수 있는 문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건전한 사회보장 체제 마련, 최저 임금 상향, 세제 개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3중전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고소득층 세금부담 확대, 중산층 확충 등의 방안보다는 손쉽고 마찰이 적은 저소득 계층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구조문제를 일으키는 한 자녀 정책 수정, 극심한 환경오염에 대한 방지 대책,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확대, 식품안전 대책 등도 3중전회에서 눈여겨 볼 포인트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