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4돌 한글날…강원도내 정겨운 우리말 “사랑해요~”
오는 9일 제564돌 한글날을 앞두고 강원도 내 아름답고 재미있는 우리말 마을.고개 이름이 눈길을 끌고 있다.특히 산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상 마을과 마을을 잇는 도내 각 지역의 주요 고개 이름은 애절한 사연과 재미있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 많아 흥미를 더하고 있다.
◇ 정겹고 독특한 우리말 마을이름..실레마을.스무숲=순 우리말로 명명된 마을은 춘천시 신동면 증리의 ‘실레마을’이 대표적이다.
소설가 김유정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자 ‘봄 봄’ 등 대부분의 김유정 소설 탄생 배경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마을이 떡시루 모양을 하고 있는데서 유래한 순수한 우리말 지명이다.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새로운 먹자골목이 형성된 춘천시 석사동 ‘스무숲’은 스무나무숲이 군락을 이룬 곳 또는 숲 속에 스무 채의 집이 있었던 곳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됐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스무나무’는 100년 된 나무의 가시에 찔리면 상처가 아무는데 20일 이상 걸린다는 의미에서 불리던 것으로,그만큼 오래된 나무의 군락지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나는 정선군 남면 낙동2리의 ‘개미들 마을’은 조선 광해군 말기 한림학자가 관직을 사임하고 이 마을에 은거하던 중 나무 그늘에 개미가 모여들어 이곳저곳 어디에도 앉아있기 어렵게 되자 ‘개미 들판’이라고 한 것에서 유래됐다는 게 정설이다.
‘모란마을’은 정선군 신동읍 함백리와 예미리 경계에 있는 마을로,‘모퉁이를 돌아서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이쪽에서 돌아서면 예미가,저쪽으로 돌아서면 함백이 보인다는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선지역에는 ‘모란에 모여 어메한다’라는 말이 남아 있는데,‘어메’는 남을 모함하거나 시기한다는 뜻의 우리말로서 함백 주민과 예미 주민의 갈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로 쓰이기도 한다.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와 북평면 장열리 사이에는 ‘꽃데루’ 마을이 있는데 ‘꽃’은 산을 의미하는 ‘곶’ 또는 불쑥 튀어나온 곳이라는 ‘곧’에서,‘데루’는 강이나 물을 낀 벼랑의 사투리에서 유래됐다.
‘곰바루’는 정선군 여량면의 마을 이름으로 ‘곰’은 크다는 뜻이며 ‘바리’는 스님 밥그릇처럼 안이 푹 들어가 넓은 곳이라는 뜻이지만 현재는 곰 발바닥처럼 생긴 마을이라는 의미로 통하고 있다.
◇ 슬픈 사연 간직한 고개.재..‘각시고개’.‘며느리재’=마을 지명뿐만 아니라 마을과 마을을 잇는 크고 작은 고개에는 슬픈 사연에서 유래한 순 우리말 이름이 곳곳에 남아 있다.
최전방 지역인 양구군 방산면 금악리~오미리를 잇는 ‘각시고개’는 지금은 북한땅인 회양의 두 모자에 얽힌 사연에서 유래됐다.
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며느리를 학대한 어머니에 반발해 아들이 집을 나가자,어머니는 아들을 찾아 나섰고 그 시어머니를 찾아 나선 며느리도 이 고개에서 얼어 죽자 그때부터 ‘각시고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
또 홍천군 홍천읍 상오안리의 ‘며느리고개’는 사돈집에 보낼 선물을 나귀에 싣고 고개를 오르던 시아버지가 잃어버린 짐을 찾고자 며느리만 홀로 고개 정상에 남겨둔 채 다녀와 보니 이번에는 며느리가 없어졌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의 ‘소나기재’는 소나무가 많다는 뜻에서 ‘솔안이재-소라니재-소나기재’가 됐다는 설과 단종이 유배지인 청령포로 가면서 이 고개를 넘을 때 하늘도 서러워 소낙비를 뿌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2가지 설이 있다.
또 춘천시 남산면의 ‘소주 고개’는 소가 고개를 넘다가 너무 힘이 들어 죽었다는 뜻에서 ‘소죽은 고개’라 부르던 것이 소주 고개로 와전돼 전해지고 있다.
춘천시 동면 감정리에서 홍천으로 넘어가는 56번 국도에 있는 ‘느랏재’는 ‘느릿느릿 넘어간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쉰움산’은 동해시 삼화동 인근의 해발 688m의 산을 일컫는데 온통 돌로 된 바위가 봉우리를 이루고 있고 바위에 50여 개의 크고 작은 구멍이 패어 있다는 뜻에서 유래됐다.50개의 우물 바위산이란 뜻에서 ‘쉰우물산’ 또는 ‘오십정산(五十井山)’으로도 불린다.
정선군 ‘아우라지’는 오대산 줄기인 발왕산에서 발원하는 ‘송천(松川)’과 삼척 중봉에서 발원하는 ‘골지천(骨只川)’의 두 물줄기가 여량에서 어우러진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이밖에 순 우리말 지명은 아니지만 영월군 중동면 화원리의 ‘수라리재’는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의해 삼척의 궁촌으로 유배될 당시 이 고개에서 ‘수라(水喇)’를 들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시 정상동의 ‘벼락바위’는 인근 사찰의 스님들이 연못에 있는 잉어를 몰래 구워 먹다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흥미로운 전설에서 유래됐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 해발 1천578m의 ‘귀때기청봉’은 설악산 봉우리 중에서 자기가 제일 높다고 으스대다가 대청봉,중청봉,소청봉 삼형제에게 귀싸대기를 맞아 이름 붙여졌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또 홍천군 북방면과 남면 일대의 ‘까끈봉(깍은봉)’은 마치 봉우리가 깎아 세운 듯 높다랗게 솟아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밖에 대나무가 많아 유래된 삼척시 하장면의 ‘댓재’,마늘 형상으로 생긴 것에서 비롯된 강릉시 옥계면의 ‘마누리봉’,샘물을 먹으면 장사가 된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양양군 현북면의 ‘샘잿산’ 등이 재밌는 우리말 지명으로 불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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