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마을로 들어왔다- 경기도 안성 복거마을
담장과 나무의 관계/윤성택담장 틈에서 나뭇가지는
가늘게 몸을 떨었다
아주 천천히 금이 자라도 좋았다
바람조차 알 수 없는 금의 방향은
담장의 천형이었다
상처를 제 안에 새기며 견디는,
담장 곳곳 나무의 실뿌리가 번졌다
그 틈으로 수액처럼 물이 올랐고
바람 불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면서
나무는 말라가고 있었다
날이 풀리자 기어이 담장은
금 밖으로 무너져 내렸다
나무가 활짝 몸을 열었다
검은 금들이 가지로 뻗어올랐다
창고의 회색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
담장의 굴곡진 면까지 입체적으로 고려한 호랑이 그림
호랑이가 마을로 들어왔다. 마치 털을 고르기 위해 그늘로 느릿느릿 들어서듯 마을로 내려왔다. 호랑이가 시간 밖을 배회한 지는 오래된 일이지만, 벽에 머리를 비비다가 앞발로 제 목덜미를 긁으면서 사람의 시선에 슬그머니 등장한 것이었다. 호랑이는 마을 어디든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지붕 위를 거닐기도 하고, 벽 속을 나와 전봇대나 도로 모퉁이 반사경에 머물기도 한다. 그리고 까닭 없이 옆길로 사라진다. 호랑이에겐 발톱으로 할퀼 만한 곳이 아니므로, 좁은 아스팔트 길 멈춰 서서 무심히 이곳을 바라보리라. 오렌지 빛깔 사이 흘러내린 무늬가 일렁일 때, 그 심장소리가 이웃 보일러에서 들리기도 하고.
개천을 복개하고 만든 ‘호랑이 난간’
평범한 시골이었던 이곳이 호랑이가 사는 마을이 된 것은 2007년부터이다. 복거마을이 옛 복호리임을 착안, 예술가와 대학생들이 찾아와 주민들과 협업하며 역동적인 미술관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스케치북에 난생 처음 그림을 그리거나 자기 이름을 문패에 새기기도 했다. 마을 입구의 조형물은 냄비와 솥뚜껑 폐농기구와 드럼통 등으로 만들어졌고, 판화로 마을지도가, 민화 벽화 등이 차례차례 그려졌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듯 부적처럼 때로는 용맹스럽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표현되어, 매서운 눈매가 있는가 하면 반달 모양이 있기도 하고 지붕에서 닭을 향해 앞발을 익살스럽게 흔들기도 한다. 개천을 덮은 주변에는 줄지어 무리를 이룬 모양의 난간도 있다.
동네 주민들을 모두 등장 시킨 벽화
담장과 나무의 관계
글·사진_ 윤성택 시인
TIP
복거마을은 2007년 2월 신양복리 일대 6개 마을과 함께 행정안전부의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7개 마을 모두를 통틀어 순수 우리말로 ‘뭉치다’ 뜻의 ‘두리마을(www.doori7.co.kr)’로 불리며,
허브·약초 체험장 및 지역홍보관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마을 전체를 연결한 자전거 길은
총 7.5㎞로 1시간 30분 정도면 두리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안성으로 15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동서울터미널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도 운행된다.
안성 시내에서 금광면 방면 버스를 타면 20분 정도 걸린다.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안성IC에서 나온다. 안성시청 방면 38번 국도를 타고 안성시에 들어가서 302번 지방도를 타고
금광면 방향으로 가면 된다. 내비게이션은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신양복리 295번지’로 검색.
맛집으로는 마을 초입 농협 옆 ‘국보 966 옛날두부’집이 있다.
두부요리 전문점으로 몸에 좋은 100% 국산콩으로 직접 만든 콩비지백반, 청국장, 순두부, 보쌈, 두부전골 등의 메뉴가 깔끔한 밑반찬과 함께 입맛을 돋운다. 그날그날 두부를 만들기 때문에 입구에서 남은 비지를 무료로 담아갈 수 있다. (031-671-0966)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