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하재봉의 영화읽기] 인어베러월드 - In a Better World

[Movie | 하재봉의 영화읽기] 인어베러월드 - In a Better World

입력 2011-07-31 00:00
수정 2011-07-3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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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혼란스럽다. 삶의 태도가 각자 다르기 때문이고 인간의 욕망이 서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 영화상을 연이어 수상한 덴마크 영화 <인어베러월드>는 폭력적이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삶의 자세를 내놓는다. 누구나 이 세계를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는다. 랭보의 말대로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을까? <인어베러월드>는 두 소년을 중심으로 그들의 가족을 등장시켜 상처 입은 영혼들의 아픔과 갈등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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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난 소년 엘리아스(마쿠스 리가르드)는 학교에서 언제나 폭력과 놀림을 당하는 왕따다. 그의 아버지 안톤(미카엘 페르스브란트)은 의사다. 그는 특히 덴마크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의료봉사활동을 한다. 민족분쟁으로 크고 작은 부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아프리카에서 그는 천막을 쳐놓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부상자들을 치료한다. 안톤은 역시 의사인 아내 마리안느(트리네 뒤르홀름)와 별거 중이다.

런던에서 살다가 엘리아스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 온 크리스티안(윌리엄 요크 닐센)은 아이들에게 왕땅당하는 엘리아스를 보고 다가가 친구가 된다. 크리스티안의 어머니는 최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티안은 아버지 클라우스(울리히 톰센)를 미워한다. 어머니가 곧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큰 상실감에 빠진 크리스티안은 그 분노를 아버지와 세상에 폭발시킨다. 그는 도시 한쪽에 있는 높은 사료탑 꼭대기에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며 분노를 누그러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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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늘 엘리아스를 괴롭히는 학교짱을 크리스티안은 잔인하게 고무파이프로 구타하고 목에 칼을 들이대며 위협한다. 경찰까지 출동하고 부모도 소환되지만 크리스티안은 칼을 성공적으로 숨기면서 경고만 받는다. 안톤은 아들인 엘리아스와 함께 산책을 하다가 어린이 놀이터에서 다른 남자와 시비가 붙고 그에게 뺨을 구타당한다. 하지만 안톤은 그 남자의 구타에 특별히 저항하지 않는다. 크리스티안은 엘리아스에게 복수를 하자고 제의한다.

크리스티안은 창고에서 할아버지의 유품 속에 남아 있는 폭죽과 화약을 발견한다. 그는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사제폭탄 만드는 법을 익히고 실제로 폭탄을 제조해서 한적한 바닷가에서 시험폭발까지 해본다. 안톤은 엘리아스와 아이들이 자신이 당한 폭력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을 데리고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남자가 일하는 카센타로 찾아간다. 폭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데 그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진짜 이긴 사람은 자신이라고 알려주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비폭력으로 폭력을 이긴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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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이 일하는 아프리카 난민촌에서는 힘없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반군의 우두머리가 부상을 다해 안톤에게 치료를 요청한다. 안톤은 인도주의적 정신으로 그를 치료해 주지만 생명을 경시하고 동족의 죽음을 웃음거리로 여기는 그의 태도를 보고 분노한다. 안톤은 용서 대신 반군에게 가족들을 잃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반군지도자를 끌고가서 복수하게 한다.

크리스티안은 엘리아스에게 엘리아스의 아버지가 당한 모욕을 대신 복수하자며 화약으로 사제폭탄을 제조해 엘리아스 아버지에게 폭력을 가한 그 남자의 자동차를 폭발시키자고 제의한다. 이른 아침 그 남자의 차 밑에 폭탄을 던져놓았지만 폭탄이 터지기 직전, 엘리아스는 조깅하고 돌아오는 아이와 엄마를 발견하고 그들에게 위험을 경고하며 다가가다가 차가 폭발하여 큰 부상을 입는다.

크리스티안은 엘리아스가 죽은 줄로 알고 사료탑 꼭대기에 올라가 자살을 결심한다. 아프리카에서 급하게 돌아온 안톤은 아들인 엘리아스의 부상이 심각하지는 않고 치료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행방불명된 크리스티안을 찾아다니다가 사료탑에 올라가 있는 그를 발견하고 설득해서 안아준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아픔과 야수처럼 거친 내면이 섬세하게 묘사되면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인어베러월드>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현실을 살아가는 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폭력에 대항하여 폭력적으로 맞서는 것이나 복수가 아니라 용서이며 화해이고 따뜻한 이해라는 것을 열 살 어린 소년들이 겪는 이야기와 아프리카 난민촌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평화주의자 의사인 안톤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인어베러월드>는 수잔 비에르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앤더스 토마스 엔센에 의해 대본이 만들어졌다. 수잔 비에르 감독은 자신의 대표 작품들의 대본을 앤더스 토마스 엔센과 함께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그들이 다섯 번째 공동작업한 것이지만, 특히 내러티브 구성의 섬세함보다는 연출의 섬세함이 더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수잔 비에르 감독은 <오픈하트>(2002년) <브라더스>(2004년) <애프터 웨딩>(2006년) 등을 통해 <어둠 속의 댄서> <도그빌> <안티 크라이스트> 등을 만들었고 올해 칸영화제에서 나치 발언으로 퇴출당하는 소동을 일으켰던 라스폰 트리에 감독의 뒤를 이어 덴마크 출신의 대표감독으로 자리를 잡았다.

덴마크와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어베러월드>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이외에도 로마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인도국제영화제 실버피콕상을 수상했다.

글_ 하재봉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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