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알까

그 누가 알까

입력 2011-07-31 00:00
수정 2011-07-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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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외롭지 않으세요?” “괜찮다. 홀아비 연습, 잘하고 있다.”

미국에 사는 조카 의연이의 결혼식에 간 어머니를 매일같이 찾으면서도 아버지는 오늘도 빈 말씀(?)을 하십니다. 이래서 가끔씩 떨어져 있어 봐야 부부간의 금실이 더 좋아진다고 하나 봅니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잠시라도 메우는 역할은 자식들 몫이지요. 덕분에 그사이 못 나누었던 이야기보따리를 이참에 한껏 풀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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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훌쩍 넘어 구순을 내다보는 아버지의 옛이야기는 마치 파노라마처럼 흘러갑니다. 코흘리개 시절 대동강(大同江)을 헤엄쳐 건너가다 죽을 뻔한 일, 할아버지가 그 강에서 잡으신 숭어를 맛나게 먹던 기억, 초등학교 시절 일본인 교장이 훈시하던 바로 그때, 하필 옆자리의 친구가 뀐 방귀 소리에 웃음이 터져 ‘못된 조센징’이라고 실컷 얻어맞았던 일. 지금껏 수백 번도 더 들었을 이야기들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다 새롭습니다. 한국전쟁 때 어머니와의 운명적인 만남, 부산 피난 시절의 결혼, 어느덧 6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두 분은 아들 넷, 며느리 넷, 여덟 명의 손자, 손녀를 둔 부자(?)가 되었고, 보름 전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증손주 소식도 들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어머니의 80세 생일이었습니다.

“어머니, 저희가 이렇게 좋은 세상 볼 수 있도록 태어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더 좋은 일 있다!”

“그게 뭔데? 아버지가 아침에 뽀뽀해줬어?”

“뽀뽀는 무슨? 그보다 백배, 천배 반가운 일!”

맏손자 며느리의 임신 소식은 그렇게 부모님에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쁜 일이었습니다. 아직은 낯설기만 한 할아버지란 호칭에 저도 곧 익숙해지겠지요?

저 멀고 먼 우주 끝에서 날아온 이름 모를 쪼그만 씨앗이 이렇게 번지고 또 자랄 것이라 그 누가 알았을까요. 두 분의 나이를 합쳐도 160세가 넘는 아버지, 어머니는 아는 듯 모르는 듯 아무 말씀도 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십니다.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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