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죽음’을 훈련한다…나는 대통령 경호관이다

매일 ‘죽음’을 훈련한다…나는 대통령 경호관이다

입력 2013-12-16 00:00
수정 2013-12-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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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호실 창설 50주년

‘국가원수를 위해 죽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짧고 명확했다. “죽을 수 있습니다. 그게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20년 전 ‘정직한 무관’을 목표로 대통령 경호의 첫발을 내디딘 김수형(46·가명) 경호관은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실 창설 50주년을 이틀 앞둔 15일 서울 김포공항 인근 경호종합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매일 ‘죽음’을 훈련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경호실은 제5대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한 1963년 12월 17일 처음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이른바 ‘경무대 경찰서’가 경호 업무를 맡았다.

김 경호관은 경력 20년차의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한다. 그는 “현장에서 올바르게 보고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항상 기도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변하는 경호 환경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훈련은 경호의 기본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경호란 몸이 마음을 지배하는 상태로, 충성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두려움이 생기기 전에 몸을 먼저 움직이는 게 경호관의 숙명이란 얘기다.

시종일관 단단하고 묵직했던 김 경호관의 눈빛은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다소 누그러졌다. 그는 “아이들에게 좀 무심한 편”이라고 털어놨다. “무서우면서도 때로는 부드러운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년에 보통 100~110일을 집에 들어가지 못하다 보니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적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부족한 남편이고, 아버지인데…”라면서도 “경호관으로서, 공직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해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3년차 경호관 이서현(30·여·가명)씨는 “경호 수식 중 ‘100 빼기 1은 0이다’라는 말이 있다”면서 “한 번 실수는 전체의 실패를 뜻하며, 그 한 번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완벽에 가까운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쉬는 날에도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최고의 몸 상태로 경호에 임하기 위해서다. 친구들을 만나도 일절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이 경호관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며 경호관 입문의 계기를 에둘러 소개했다. 그는 두 차례 도전 끝에 경호관이 됐다. 비(非)체육 전공자로서 ‘맨땅에 헤딩한다’는 자세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는 그는 “(경호관은) 드러나지는 않지만 항상 역사와 함께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3-12-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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