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SNS 활동지수’ 공천 반영에 시끌

새누리당 ‘SNS 활동지수’ 공천 반영에 시끌

입력 2012-02-03 00:00
수정 2012-02-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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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려다 울화통

“로그, 시그마 공식까지 동원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지수는 돌아다니는데 정확한 기준은 알 길 없고, 형평성도 떨어지고….”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상대책위 산하 눈높이위원회가 4·11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항목에 SNS 활동지수를 반영키로 했지만 의원들의 지역구 사정과는 동떨어진 ‘딴 세상’ 얘기이기 때문이다.

‘60대를 훌쩍 넘긴 의원님’에게 트위터 활동을 권하기도 어렵지만 전국 고령화 1위를 달리는 지역구 특성상 온라인 소통으로 지역구 민심을 챙기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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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의 보좌관은 “의원님께 의견을 물어보고 보좌진이 대신 글을 올리지만 솔직히 지역 경로당을 찾아다니는 게 더 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도 친구 신청을 일정 수준 이상 해서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되면 며칠간 이용이 금지된다.”면서 “지명도가 낮은 정치인들은 열심히 온라인 활동을 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앉아서 친구신청이 들어오길 기다리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비대위가 작업 중인 SNS 소통지수를 놓고 의원들 사이에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트위터 활동 내역을 정량평가하고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정성평가하겠다는 게 요지다.

정치인의 온라인 활동을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트위터 평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눈높이위원인 이준석 비대위원이 “평가기준이 완성돼도 의원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 갈 길이 급한 의원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자칫 밀실평가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련업계는 팔로어 수와 팔로잉 수, 트위트 수, 리트위트 수로 트위터 활동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코웃음치는 분위기다. IT 전문가인 박성기 소셜미디어 에반젤리스트(전도사)는 “예컨대 리트위트(RT)가 100개 넘어가면 ‘100+’로만 표시돼 측정할 수 없다. 메시지를 복사해 인용하는 수동 리트위트는 혐오자가 많아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눈높이위원장인 조현정 비대위원이 “‘벼락치기’와 관계없이 공천심사 전에 한 것이면 국민과 소통한 것으로 간주,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맹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트위트 수는 3200개 또는 두 달이 넘어가면 측정할 수 없고 멘션(언급) 수도 최근 800개까지만 저장된다.

국회입법조사처 조희정 입법조사관은 평가기준 공개와 지역 편차 보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조 조사관은 “중앙정치 중심인 한국 특성상 SNS도 수도권 중심 경향이 극심하다. 대구시만 해도 트위터 활동을 하는 예비후보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계를 전했다. 평가기준도 ‘정보공개의 투명성’ 측면에서 공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2010년 상원의원 100명을 대상으로 일명 ‘디지털 IQ’를 측정, 발표한 적이 있다. 마케팅·경영학 교수진 및 컨설팅 전문가로 구성된 싱크탱크 ‘L2’가 발표한 디지털 IQ는 페이스북(25%), 트위터(25%), 유튜브(25%), 온라인 블로그(12.5%) 등의 활동내역과 사이트 트래픽(12.5%)을 분석해 순위를 매겼다. 당시 74세의 공화당 존 매케인 의원이 의외로 1위를 차지했는데 2010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의 온라인 소통량이 대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벼락치기 SNS 활동’이 입증됐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새누리당의 트위터 평가방식은 ‘소통, 공감’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홍보’를 평가하기 위한 지수”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의원이 참석한 행사 사진이나 발언으로 도배한 트위트와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트위트를 구분해 내려면 지금보다 진일보한 공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2-02-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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