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뇌사 상태로 넘어가나

개성공단 뇌사 상태로 넘어가나

입력 2013-07-27 00:00
수정 2013-07-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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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탄결과 책임 南에” 南 “北 태도변화부터”… 결렬 공방 평행선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 책임공방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어느 쪽도 ‘결렬’을 선언하진 않고 있다. 먼저 결렬을 발표하는 쪽이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발방지 대책에 관한 시각차가 뚜렷해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남측은 공업지구 가동 중단의 책임이 북측에 있다느니, 피해보상이니 뭐니 하는 심히 무례한 주장만을 고집해 나섰다”면서 “회담을 파탄 위기에 몰아넣음으로써 초래될 모든 후과(부정적 결과)의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공업지구 중단 사태의 원인을 해명하거나 책임 문제를 따지자면 끝이 없다”면서 “북과 남이 공동으로 공업지구 정상 운영에 저해를 주는 일을 하지 않을 데 대해 담보하는 것을 합의서에 반영할 것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반면 정부는 재발 방지 보장과 관련한 북측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어제 밝힌 대로 북한이 재발방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일부 당국자도 “미래에 대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남북 모두 평행선을 달리는 터라 금강산관광처럼 개성공단 또한 ‘뇌사’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원하지만 ‘최고 존엄’(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지칭)이 굴복하는 모양새를 보일 만큼 절실하지는 않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에 이르더라도 이번 기회에 남북 관계의 새로운 원칙과 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모두 재가동에 대한 동기 부여가 약하기 때문에 이대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이 몸이 달아 6차례나 회담을 끌어왔다고 생각하는 건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개성공단을 호혜적 이익 창출이나 통일비용 감소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고 북한에 이익을 준다고 생각하는 한 대화를 재개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유일한 대화의 끈이 끊어진 만큼 공단 폐쇄에만 머물지 않고 남북 관계가 급랭할 가능성이 크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재가동을 전제로 협상에 나섰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정해 놓은 틀에 상대가 들어오지 않으면 폐쇄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실무회담에 나선 것 같다”면서 “공단이 폐쇄되면 남북 관계 전체가 단절된다.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후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냉각기를 거친 뒤 북측에서 먼저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전력공급과 유통·판매망 등을 남측에 의존하고 있어 어차피 북한의 독자 운영은 불가능하다. 다만 123개 남측 입주기업들의 태도가 변수다. 기업들이 손을 털고 나면 당국 간 회담도 의미가 없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지나고 나면 북측에서 다시 문제를 풀어보자고 나올 것”이라면서 “결국 실무회담으로는 아무것도 풀 수 없어 회담의 급을 높이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다. 단,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쪽의 책임만을 문서에 담길 원한다면 그때도 해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07-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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