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젊은 층에 맞는 밝은 이미지 만들려는 의도”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평양 문수물놀이장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천연색 석고입상’이 북한에서 처음 세워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그동안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각상을 실내에서는 흰색 석고상으로, 실외에서는 동상으로 만들어왔다. 사진 왼쪽은 금수산태양궁전에 있는 김정일위원장의 석고상이고 오른쪽은 조선중앙TV에서 캡처한 문수물놀이장의 ‘컬러 석고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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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고지도자 우상화 작업에 시각적 이미지를 부쩍 신경쓰고 있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최근 완공한 ‘워터파크’인 평양 문수물놀이장을 소개하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이곳에 북한에서 처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천연색 석고입상(立像)’을 세웠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의 설명은 단색이 아니라 여러가지 색깔이 들어간 이른바 ‘컬러 석고상’이 등장했다는 뜻이다.
북한 조선말사전은 ‘천연색’을 ‘물체가 가진 자연 그대로의 색깔’로 정의하고 있고 ‘천연색텔레비전’은 컬러TV를 가리킨다.
실제로 조선중앙TV가 지난 10일 내보낸 문수물놀이장 동영상을 살펴보면 실내물놀이장의 중앙홀에 있는 김 위원장의 석고상은 다양한 색깔로 돼 있다.
석고상의 머리카락과 신발은 검은색, 인민복은 카키색으로 각각 처리해 사진으로 착각할 정도로 생동감을 준다.
북한이 그동안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조각상을 건물 내부에서는 주로 흰색 석고상으로, 야외에서는 동상으로 각각 제작해온 점에 비춰볼 때 ‘천연색 석고상’은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우상화에서 ‘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은 석고상이 처음은 아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8월 초부터 석 달 넘게 김정은 제1위원장이 포함된 사진을 모두 컬러사진으로 발행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과거에 대부분 흑백사진을 게재했지만, 이제는 컬러사진이 일주일에 사흘가량 나올 정도로 크게 늘었다.
’컬러 석고상’의 등장과 노동신문 사진의 ‘컬러화’는 김정은 체제가 사회 전반에서 시각적 효과에 공을 들이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TV는 작년에 뉴스의 배경 화면을 갈색에서 하늘색으로 바꾸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하는 등 볼거리를 늘렸으며, 북한 당국은 올해 도시미화법을 제정하고 곳곳에 잔디밭과 공원을 조성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컬러 석고상과 노동신문의 컬러사진은 김정은 체제가 젊은 세대에 맞는 밝은 이미지를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북한 경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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