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고려했나? 타이밍 적절했나?…”협상 도움안돼” 당내 반발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당 혁신위원회의 국회의원 정수 증대 발표로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혁신위가 국민적 여론이 의원 수 확대에 부정적인 상황임을 뻔히 알면서 불필요한 시기에 부적절한 발표를 하는 바람에 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인식에서다.
더욱이 혁신위가 지난 24일 여당이 제안한 오픈 프라이머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매우 민감한 사안인 의원 정수 문제까지 사전 조율 없이 건드리자 새정치연합에 반(反) 개혁적 이미지만 덧씌우고 있는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다.
비주류의 한 재선 의원은 “우리가 먼저 치고나갈 이유가 없는데 전략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혁신위가 하라는 것은 안하고 엉뚱한 것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3선 의원도 “국민 보기에 당 혁신은 놔두고 밥그릇을 챙긴다고 하지 않겠느냐”며 “국민 정서가 있는데 충분한 논의도 없이 뜬금없이 결정해놓고 따르라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혁신위를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비노(비노무현) 성향의 조경태 의원은 “당을 혁신하라고 혁신위를 만들었는데 혁신위가 당을 망치는 반(反) 혁신적 발상을 보이고 있다”며 혁신위 해체를 요구했다.
주류 측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론전이나 대여 협상 전략 모두에서 야당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17일 혁신위가 4차 혁신안을 발표할 때 정수 증대안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제동을 걸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김옥균의 ‘삼일천하(三日天下)’도 개혁의 내용이 좋았지만 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해 실패했다”며 “이렇게 불쑥 던지는 식이라면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갈등구조만 키운다”고 우려했다.
반면 혁신위는 이번 발표가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한 결과라며 진정성에 호소했다. 정치학자의 71%가 의원 정원 증대를 주장하고 있는데다 이번 방안이 채택되면 새정치연합도 엄청난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의원 수를 늘리더라도 국회 총예산을 동결토록 했기 때문에 의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안이라고 반박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국민이 정치에 대한 실망과 좌절 때문에 의원 수 정원에 (부정적) 생각을 갖고 계신다는 것을 잘 안다”며 “혁신위는 정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 무엇이 합리적이고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를 논의해 제시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편차를 줄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자면 의원 정수 증대가 불가피해 혁신위의 발표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만은 없다는 반론이 있다.
국회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혁신위 안은 토론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 정치가 가야할 선거제도를 제대로 짚은 것”이라며 “선거제도 설계가 본질이고 정수는 이 제도 설계에 따라붙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사다. 문 대표는 혁신위의 여당식 오픈 프라이머리 반대 발표 당시 “모든 정당과 모든 지역에 대해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혁신위에 힘을 실었지만 의원 정수 문제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문 대표가 “가볍게 한 얘기”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지난 4월 한 행사장에서 의원 수가 400명은 돼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어 증원 증대든, 축소든 어떤 입장을 밝히더라도 논란을 피하긴 쉽지 않다.
또한 문 대표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혁신위가 증원 증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도록 요구한 상황이어서 문 대표가 당내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고 어떻게 묘수를 짜낼지 지켜볼 부분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아직 당 차원에서 정수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정개특위 논의와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당에서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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