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안철수 죽이기’에 6개월 인고의 시간, 자욱한 먼지 걷힐 것”“친박-친문 적대적 공생, 친분으로 모인 후진정치 바꿔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6일 “국민은 올해 대선에서 안철수와 문재인의 당당한 경쟁을 원한다”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누가 더 좋은 정권교체인지, 누가 더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정권교체인지, 누가 더 나은 선택인지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안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가 지난번에 양보했다고 해서 이번에는 문 전 대표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하지는 않겠다”면서 이같이 밝히고, “국민은 그것까지 포함해 평가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또 정치권의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향해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규정하고, “정치란 비전과 의견이 같은 사람이 모여 국민을 대변하는 것인데, 후진적 정치에서는 비전과 목적이 다른 사람들끼리 친분으로 모인다. 이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쌓인 지 오래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그러면서 “이젠 바꿔야 한다. 이번 대선은 과거로 돌아갈 것이냐와의 승부가 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대표는 ‘깨끗하고 정직한 리더십’, ‘유능한 리더십’, ‘책임의 리더십’, ‘미래 대비 리더십’ 등을 자신의 비교우위로 꼽으면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1심 무죄판결을 거론한 뒤 “당시 (사건의) 실체가 없다는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변명하지 않고 당을 구하기 위해 책임지고 대표직을 물러났고, 지난 6개월간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며 유권자들이 평가해줄 것을 기대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리베이트 사건’ 수사의 영향을 받은 바 크다고 지적하면서 “‘샤이 트럼프’처럼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 자욱했던 먼지가 걷히면 행적이 드러나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안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은 열려있나.
▲ 국민은 정치공학적인 정치인에 의한 연대는 이미 식상해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집권을 정권연장이 아닌 정권교체로 보려면 첫째, 박근혜 정부와 연관돼 있지 않을 것, 둘째, 부패 기득권 세력을 척결한다는 개혁 의지가 확고할 것, 셋째, 함께하는 사람들이 개혁적이어야 할 것 등 세 가지 조건이 있다. 반 전 총장이 함께하는 이명박 정부 때 사람을 포함한 이들이 결코 개혁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만약 그런 사람들과 계속 함께한다면 곤란하다.
--탄핵정국에서 연대와 관련해 변수가 많을 텐데.
▲ 제가 반 전 총장이 정치를 할 확률이 반반 정도라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이제 정권연장은 절대 안 된다.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 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위기에 대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이제 곧 출범한다는 바른정당도 다음 정권을 꿈꾸면 안 된다. 대선후보도 낼 자격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정권교체’를 말하고 있다.
▲ 정권교체와 정치교체를 동시에 이룰 당은 국민의당밖에 없다. 국민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당당한 경쟁을 원한다. 만약 이번 대선이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된다면 국민께서 누가 더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했는지, 누가 더 새누리당이 해체되도록 노력했는지, 누가 더 나은 선택인지, 무엇이 더 좋은 정권교체인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주실 거라고 믿는다.
--문 전 대표를 이길 이유가 100가지가 더 된다고 했는데.
▲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국민의 판단 기준은 리더십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자격이 있고 자신 있다.
--총선 후 당 지지율이 많이 하락했다.
▲ 리베이트 의혹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직후 정권 차원의 ‘안철수 죽이기’가 시작됐다.
그때 제가 고위관료한테서 들은 얘기가 ‘한 달 정도 계좌추적을 했는데 한 사람도 돈을 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언론에 리베이트라는 원색적 용어를 흘리고 전 국민의 지탄을 받게 만들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배후에서 기획했다는 세간의 얘기가 있는데, 박지원 대표께서 직접 조치할 것이다.
--지지율을 반전시킬 복안은.
▲ 박근혜 게이트 이후 저는 정치가 아닌 나라살리기 운동을 했다. 탄핵을 위해 야(野) 3당의 대선주자 8명을 소집해 합의를 이뤘고, 국민의당이 제일 먼저 탄핵 당론을 채택했다. 저는 합리적 선택을 계속 해왔지만 혼란스러운 국면에서는 눈에 잘 안 띌 수 있다. 자욱했던 먼지가 걷히면 행적이 드러날 테니 평가받을 것이다.
아울러 미국 대선에서도 ‘샤이 트럼프’라는 이야기가 나왔듯이,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총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14%였지만 실제 정당득표율은 26.74%가 나왔듯이, 우리당 지지율은 여론조사에 12%포인트를 더하는 게 맞다.
--지도체제는 호남화됐는데 오히려 호남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 그래서 이번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 다양한 인재영입 통해 전국정당의 모습과 수권 가능성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에 야권 통합·연대를 공식 제안했다.
▲ 우 원내대표가 엉뚱하게 민심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정신 좀 차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 국민이 신물 나는 통합, 연대론이 아닌 분권과 협치의 다당제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될 것이다. 다당제가 안착하려면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바꾸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우 원내대표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이야기했다면 오히려 진정성이 있었을 것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은.
▲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폐기하고 다시 재협상해야 한다. 일본 정부에서 벌써 협약 취지와 맞지 않는 주장들을 하고 있다. 정부가 주체가 돼 협상하되, 지난 합의 때처럼 할머니들과 전혀 대화 없이 일방통보해 상처입혔던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할 계획은.
▲ 지난 6개월은 인고하고 자숙하며 진실이 드러나길 기다렸다. 일곱 명 전원에게 100% 무죄가 선고되면서 어느 정도 증명됐다. 당 지도부와 의논해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지난 대선 때와 달라진 점이 있나.
▲ 2012년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낼 때와 지금도 생각이 같다. 전 초심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 책에 쓴 대로 나라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지난 5년 동안 더 강해졌다. 현실을 알고 보니 더 분노하게 됐고, 기득권을 뚫고 제 생각을 관철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게 됐다. 우리나라는 내부적으로 바닥을 쳤고, 외부에서는 4차산업혁명과 보호무역주의 등 엄청난 파고가 밀려들고 있다. 지금이 제가 가진 능력을 모두 다 쏟아부어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정말로 중요한 시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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