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OTC)의 약국 외 판매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 공방전’이 재점화됐다. 논란의 불씨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는 감기약을 슈퍼에서 사 먹는데….”라고 운을 떼면서 불씨가 지펴졌다.
지난 5일 대한약사회가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불허한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 표명했다. 25개 시민단체들이 뭉쳐 약사회의 주장에 재반박하면서 대결 구도는 한층 팽팽해졌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사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숙취해소음료 슈퍼가 약국보다 비싸
대한약사회를 필두로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측은 “약사만이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으며 국민 건강이 우선”이란 점을 첫 번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약사회는 “문제 약품의 즉각적인 회수 조치는 약국만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약국과 슈퍼 모두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음료의 가격이 약국이 더 저렴하다는 점도 허용 반대 이유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 결과 숙취해소 음료인 ‘여명808’이 슈퍼에서는 4500원 선이었지만 약국에선 3500원 선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컨디션파워, 모닝케어 등도 약국이 600~700원 정도 저렴했다.
약사들은 국민 생명권을 들고 나왔다. 약사회는 “미국에서 매년 15만건의 의약품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7000명에 이르는 것도 일반약의 슈퍼 판매를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약국 한곳당 인구수가 2370명 수준(전국 약국 2만 1000여곳)인 우리나라의 약국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반대 근거로 내세웠다.
●“자가치료와 약값 인하 효과도”
그러나 약국 외에서도 의약품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국민의 편익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약국이 문을 닫는 주말이나 심야에 편의점 등에서 감기약·소화제 등 비상약을 판매하면 국민들도 응급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제약업체 간 일반약 가격 경쟁으로 인한 약값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큰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약국 외 판매는 자가치료를 위한 사회적 기반 확보와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하는 등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강보험 재정 확보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감기 등 경증질환자의 일반약 구매 비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전문의약품 처방 비중이 줄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시각은 어떨까. 서울 성북동 정근우(42)씨는 “일반약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약사회의 이기심으로 국민의 편익이 침해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약국에서만 일반약을 판매한다고 해서 약품 오·남용이 예방되진 않는다는 시각도 많다. 일례로 지난해 초·중학생을 중심으로 학교 등교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게보린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확산됐을 당시 약사회가 추진한 게보린 복약지도 강화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다는 것.
●시민단체 “안전성 입증된 약만 허용”
또 소비자들은 복약지도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소화제·해열제 등의 효능조차 모를 만큼 소비자들이 바보는 아니다.”라면서 “일부 다빈도 일반약으로는 자가치료도 가능하기 때문에 약사의 복약지도는 굳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물론 시민단체들도 가이드라인 없이 의약품 전체를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것은 아니다. 해열제·소화제·드링크류 등 안전성이 입증된 가정상비약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지난 5일 대한약사회가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불허한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 표명했다. 25개 시민단체들이 뭉쳐 약사회의 주장에 재반박하면서 대결 구도는 한층 팽팽해졌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사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25개 의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대한약사회를 필두로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측은 “약사만이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으며 국민 건강이 우선”이란 점을 첫 번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약사회는 “문제 약품의 즉각적인 회수 조치는 약국만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약국과 슈퍼 모두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음료의 가격이 약국이 더 저렴하다는 점도 허용 반대 이유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 결과 숙취해소 음료인 ‘여명808’이 슈퍼에서는 4500원 선이었지만 약국에선 3500원 선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컨디션파워, 모닝케어 등도 약국이 600~700원 정도 저렴했다.
●“자가치료와 약값 인하 효과도”
그러나 약국 외에서도 의약품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국민의 편익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약국이 문을 닫는 주말이나 심야에 편의점 등에서 감기약·소화제 등 비상약을 판매하면 국민들도 응급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제약업체 간 일반약 가격 경쟁으로 인한 약값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큰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약국 외 판매는 자가치료를 위한 사회적 기반 확보와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하는 등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강보험 재정 확보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감기 등 경증질환자의 일반약 구매 비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전문의약품 처방 비중이 줄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시각은 어떨까. 서울 성북동 정근우(42)씨는 “일반약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약사회의 이기심으로 국민의 편익이 침해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약국에서만 일반약을 판매한다고 해서 약품 오·남용이 예방되진 않는다는 시각도 많다. 일례로 지난해 초·중학생을 중심으로 학교 등교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게보린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확산됐을 당시 약사회가 추진한 게보린 복약지도 강화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다는 것.
●시민단체 “안전성 입증된 약만 허용”
또 소비자들은 복약지도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소화제·해열제 등의 효능조차 모를 만큼 소비자들이 바보는 아니다.”라면서 “일부 다빈도 일반약으로는 자가치료도 가능하기 때문에 약사의 복약지도는 굳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물론 시민단체들도 가이드라인 없이 의약품 전체를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것은 아니다. 해열제·소화제·드링크류 등 안전성이 입증된 가정상비약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1-01-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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