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일 수사에도 ‘퍼즐’ 절반만 풀린 태광 비리

111일 수사에도 ‘퍼즐’ 절반만 풀린 태광 비리

입력 2011-01-31 00:00
수정 2011-01-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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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비자금 수사가 이호진 회장의 거액 횡령ㆍ배임 혐의를 밝히며 31일 사실상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됐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전혀 규명하지 못해 퍼즐을 절반만 푼 형국이 됐다.

애초 시민단체와 그룹 소액주주 등은 이 회장이 이권을 따내고 처벌을 피하려고 방송ㆍ금융 규제부처에 검은돈을 건넸다는 소문이 분분했지만, 31일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에는 ‘뇌물공여’ 혐의가 없다.

검찰은 지난 21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 회장의 구금기한(열흘)을 한차례 늦춰가며 추가 조사를 벌여 비자금의 용처를 규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연장을 포기해 ‘정경유착’ 의혹은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공무원들을 매수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끝내 밝혀내지 못함에 따라 ‘용두사미 수사’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구금기한을 연장하지도 않은 채 이 사건을 기소한 것은 태광 측의 극단적인 폐쇄성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고 남기춘 지검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수사가 동력을 상실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태광그룹은 국내 1위의 유선방송 업체 티브로드 등 계열사 52개를 거느린 중견 대기업이지만, 지금도 이 회장 일가가 일방적으로 자금관리를 도맡는 전근대적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해도 돈의 용처와 관련해 그의 ‘무거운’ 입을 열게 할 결정적 물증을 사주가(家) 외의 경로에서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제보가 부족했던 점도 반쪽 수사를 예고한 대목으로 지적된다.

전성철 전 태광산업 사외이사(변호사)와 티브로드의 문모 전 팀장, 서울인베스트의 박윤배 대표 등 뇌물 의혹을 제기한 대다수는 돈의 전달처와 로비의 지시자를 정확하게 지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이 이 회장 측의 부정 주식거래를 용인한 배경을 알고 싶다며 정보공개 소송을 낸 상황이며, 태광 측과 민사소송을 벌이는 문 전 팀장측도 로비를 지시한 ‘상부 라인’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봉욱 차장은 “여러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하고자 수사를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료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내부 고발자 진술을 들었지만, 기소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티브로드 문 팀장도 조사했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가 로비를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어 기소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 수사를 지휘해온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지난 28일 돌연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내부 분위기가 흐트러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서부지검은 남 지검장의 사퇴 발표 직후 ‘구정 연휴 전 모든 대기업 수사를 종결한다는 기존 원칙을 지키겠다’며,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한화ㆍ태광그룹의 수사결과를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남 지검장이 ‘부실ㆍ과잉 수사를 한다’는 검찰 안팎의 여론에 반발해 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져 그의 사퇴와 맞물려 ‘수사를 빨리 정리하라’는 상부 기류가 생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서부지검 관계자는 “인사 문제가 실제 수사방침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며 관련 추측을 일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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