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대학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 현황 공시 항목 삭제 소동

교과부, 대학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 현황 공시 항목 삭제 소동

입력 2012-03-18 00:00
수정 2012-03-18 10: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등록금 납부 신용카드 이용률 충분하다고? …과연 그럴까.

정부가 대학정보공시 실시 4년차를 맞아 개선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등록금 납부 신용카드 이용률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해당 항목을 삭제키로 결정했다 번복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대학 공시업무 경감 등을 위해 현재 72개인 공시항목을 67개로 줄인다는 내용의 ‘대학정보공시제도 운영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삭제 항목은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관련 사항, 학생 선발방법 및 일정 관련 사항, 등록금 납부제도 현황 및 등록금 책정 고려 요소, 학교 특성화 계획, 산학협력단 운영수익 현황 등이었다.

교과부는 이중 등록금 납부 방법으로 현금, 신용카드 이용 정도를 보여주는 ‘등록금 납부제도 현황’에 대해 ‘당초 신용카드 이용확대 목적이 달성돼 무의미하다’며 삭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 설명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나왔다. 학생·학부모들은 고액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신용카드를 이용해 납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수수료 부담 등을 이유로 신용카드를 아예 받지 않거나 일부 카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 4년제 대학들 중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대학의 최근 3년간 현황을 보면 2010년 253개 대학 중 57개교(22.5%), 지난해 259개 대학 중 84개교(32.4%), 올해는 249개 대학 중 116개교(46.6%)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용카드 납부 가능 대학들도 다양한 카드가 아닌 일부 (카드)회사만을 이용토록 하고 있어 실제 학생들의 카드를 통한 등록금 납부율은 더 저조하다.

서울 주요 대학들의 지난해 등록금 납부 신용카드 이용 현황을 보면 서울대는 전체 등록금 납부 학생 2만3840명 중 1719명(7.2%)만이 카드를 이용해 납부했다.

연세대는 3만1267명 중 1865명(6.0%), 서강대 1만1979명 중 154명(1.3%), 성균관대 2만7679명 중 1323명(4.8%), 중앙대 2만7876명 중 548명(2.0%) 등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를 비롯해 이화여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은 아예 카드를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카드 수수료 때문에 카드 납부를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K대학 관계자는 “수수료 때문에 카드를 받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분납 제도가 잘 되어 있어 카드처럼 연체의 위험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K대학 관계자는 “카드납부 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장학 예산 확충에 쓰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은 거액의 등록금을 현금으로만 내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많다. K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26)는 “카드 납부가 가능하면 할부가 되니까 부담도 적을 텐데 카드 납부가 안 되되니 당연히 학생들은 불편하다”며 “특히 사정이 어려운 친구들은 한 번에 큰돈을 마련하기 힘들고, 분할 납부가 있지만 카드에 비해 기간이 촉박하다”고 아쉬워했다.

최주영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대부분의 가정들은 몇백만원이라는 거액을 여윳돈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다른 곳에서 빌리거나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이 월 300만원 정도라는데 대학 등록금은 이보다 훨씬 더 많지 않나. 이 상황에서 카드 납부가 안 되니 학부모들은 막막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실제 등록금 카드 납부를 허용하는 대학들도 대부분 학부모들에게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물었을 때만 가능하다고 대답하는 정도”라며 “슈퍼에서 5000원짜리 물건을 구입해도,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데 고액의 등록금을 카드로 못 내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부가 너무 대학 입장에서만 정책을 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올해 등록금 납부 신용카드 이용 가능 대학이 50% 가까이 되는 등 카드 이용확대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했다”며 “공시 항목에 대한 활용도도 떨어지고 대학에서 민원도 많이 제기돼 삭제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가 계속되자 그는 “실무자의 실수로 ‘등록금 납부제도 현황’이 삭제 예정 항목이 아니었는데 삭제 예정 항목으로 발표됐다”며 “신용카드 납부 현황 정보는 다른 항목과 통합해 계속 공개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뉴시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