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학생 빼앗길까 우려”…市ㆍ의회 주도에 불만도
공교육 정상화를 기치로 지난 5일 서울시립대에 대한 파격적인 입시안이 발표되자 이 대학 관계자들의 속내가 편치 않다.수시에서 수능 최저선을 없애면서 변별력 확보가 문제로 떠올랐고, 입시안 구성을 시(市)와 시의회가 견인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학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서울시립대 입학제도개선기획단은 2014학년도 선발 인원 1천800명 중 수시모집으로 뽑는 60%에 대해 수능 최저등급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입시개편 중간안을 5일 공개했다.
전체 인원의 24%에 해당하는 논술 전형은 수능 최저조건 없이 학교장 추천을 거쳐 논술 성적만 100% 반영해 선발하는 형태다.
서울 주요대학 중 수시에서 수능 요소를 배제한 곳은 서울시립대가 유일하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7일 “반값 등록금의 혜택을 누리는 상황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사립대와 다른 색깔의 학생을 뽑을 필요가 있다”며 “학교 추천을 믿고 논술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수능 성적은 보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저학력기준이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어 우수 학생 확보를 위한 변별력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문제로 떠올랐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보편적인 학력 평가 기준인 수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게 객관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이라며 “고교 간 편차도 있고, 우수 학생을 다른 학교에 빼앗기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논술로만 선발하면 논술 부담이 늘게 되고, 변별력을 높이자면 결국 논술 난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한 대학의 입학 관계자는 “교과서 내에서 논술을 출제해도 얼마든지 변별력을 확보하고 난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학기부터 시행된 ‘반값 등록금’을 계기로 서울시가 입시안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데 대해서도 시립대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시립대 입시제도를 두고 박원순 시장이나 시의원 등이 공개 발언을 할 때마다 교내 안팎은 술렁였다. 소외감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지난 5월에는 시의원을 비롯해 시립대 관계자, 고교 교사, 입시 전문가,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된 입학제도개선기획단이 꾸려져 입시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번 수능최저등급제 폐지 등 민감한 사안을 두고서는 기획단 내에서도 마지막까지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입시 전형 브리핑이 교육담당이 아닌 시청 출입 기자단을 상대로 이뤄진 것도 상식 밖이란 평가다.
시립대의 다른 교수는 “신중해야 할 입시 문제를 교육기관이 아닌 밖에서 왜 자꾸 거론하고 발표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간발표도 일종의 의견수렴 과정”이라며 “공청회와 시립대 운영위원회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최종안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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