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보다 형을 주범으로 봐…2008년 배임 이어 괘씸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1일 법정 구속됐다.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무죄로 풀려났으나 재벌 총수가 법정 구속됐다는 점에서 재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은 지난해 2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실형 선고를 시작으로 재벌가의 횡령·배임 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판결’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회사돈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31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재판부는 공범으로 기소된 최 부회장에 대해서는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펀드 선지급금 횡령 및 이를 담보로 한 부당 대출은 진술 번복과 실질적 횡령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최 부회장이 차명 보유한 중소 컨설팅업체 아이에프글로벌(IFG)의 주식 고가 매입에 따른 배임 혐의는 손해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납득할 수 없다”며 “판결문 검토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선고 뒤 상기된 얼굴로 “제가 무엇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는지 몰라도 정말 이 일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안 것이 2010년이라서 내용 자체를 모른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형의 법정 구속에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최 부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개정 전 법정 출입구는 취재진과 SK그룹 직원들, 법원 관계자들, 최 회장의 구속을 외치는 시민들로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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