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자살 고교생, 중학교 때부터 학폭에 시달려
특히 최군이 중학교 시절에 같은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강제로 성기를 내보이는 수모를 당했다는 진술이 나와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14일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최군의 중학교 동창생 4명을 상대로 수사한 결과 유서에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중학교 동창생 권모(15)군은 중학교 때 속칭 ‘짱’으로 통하며 7, 8명이 몰려다니면서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거나 폭행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권군은 또 2학년 때인 2011년 7월쯤 교실에서 최군을 불러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성기를 내보이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다른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정모·배모·서모·김모 등 4명도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에 교내에서 최군을 폭행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그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최군의 어머니(47)는 “돌이켜 보면 아들이 중학생이 된 후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몇 가지 징후들이 간간이 보였다”면서 “아들이 하늘나라로 떠난 지금 그것을 미처 막지 못한 게 한으로 남는다”고 울먹였다.
최군이 올해 청도 J고교로 진학한 이후인 지난 6일 또는 7일쯤에도 다른 친구 박모(15)군이 학교 기숙사에서 발로 최군의 배를 1차례 폭행했다는 것.
최군은 이 같은 폭행으로 인해 기숙사에 들어간 지 1주일도 채 안 돼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 최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금방 나온다고 하니 순간 이상했지만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으며, 그저 집이 편한가 보다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경찰은 최군의 중학교 동창생 중 같은 고교에 진학한 1학년생 1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폭력이나 금품갈취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15일 권군을 비롯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을 불러 최군에 대한 폭행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최군이 중학교 때 폭력에 시달린 사실을 학교가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최군이 2011년 여름쯤 학교폭력을 당했고 담임교사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같은 해 학교폭력방지위원회를 4차례 열었지만, 최군 폭력과는 관련 없었다는 것.
한편 경찰이 최군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투신하기 전 1시간가량 아파트에 머물며 망설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최군은 11일 오전 6시 21분쯤 집에서 나와 경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인근 청도역에 내려 학교 앞에 도착한 뒤 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2학년 선배인 전모(16)군과 함께 학교 주변을 배회하다 버스를 타고 다시 청도역에 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군은 오전 10시 43분쯤 경산역에 내려 인근 정평동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1~3시 30분쯤 공원을 배회한 뒤 전군에게 돈 500원을 빌려 오후 6시 30분까지 집 주변 PC방에 머물렀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최군은 오후 6시 43분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들어선 모습이 포착됐고 1시간 후 아파트 현관 지붕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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