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성폭력 교육현장 가보니
“힘없다고 약하다고 허락 없이 만지지마. 나의 생각 나의 표현 귀기울여 주세요.”경기 용인 신리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19일 상황극을 통해 성폭력 위협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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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업은 학생들이 성범죄자의 유인 유형을 정확히 인지하고 위험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연습해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3명씩 한조를 이룬 학생들은 가장 먼저 A4 용지 크기의 플라스틱 판에 자신이 생각하는 성범죄자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 얼굴이나 상냥하게 웃고 있는 이웃집 아저씨의 얼굴을 그렸다.
수업을 진행한 김현주(43) 보건교사는 “저학년 학생들에게 성폭력범을 그려보라고 하면 마스크를 쓰거나 흉기를 들고 있는 나쁜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면서 “겉으로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도 자신 주변에 있는 누구나 나쁜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한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이어 각각 엄마와 경찰, 학생과 나쁜 아저씨 역할을 맡아 위험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상황극이 시작되자 웃고 떠들던 학생들도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집에 혼자 있는데 엄마 친구가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면’, ‘낯선 아저씨가 찾아와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병원에 가자고 한다면’ 등 상황을 주고 학생들이 직접 등장인물과 대사를 만들었다. 신시영(13)양은 “문을 열지 않고 먼저 엄마 이름을 정확히 아는지 물어본 뒤 지금 집에 안 계셔서 다음에 오시라고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수업에 활용된 동영상과 교재는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 법무부가 함께 개발한 것으로 이달 말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수업에 활용된다. 교과부 지침에 따르면 이번달 말부터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에서는 이번 교재를 활용한 성폭력 예방교육 3시간을 반드시 포함해 연간 15시간의 성교육을 해야 한다.
18년째 보건교사로 학생들의 성폭력 예방교육을 담당해 오고 있는 김 교사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성폭력 예방의 중요성을 말로 강조하는 것보다 실제 대처 방안을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상황극을 유도하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공감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3-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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